전년 대비 45.5% 증가…영업이익 늘었고 비용은 줄었다
통합 후 첫 '외환은행' 출신…재무·전략 전문가 성과 평가
본 평가는 2분기 이후…알뜰폰·아트뱅킹 등 비금융 도전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올해 1월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9700억원이 넘는 순익을 내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국내 금융그룹 은행 계열사 11곳 중 1위를 차지했는데, 건전성 지표도 양호하게 관리되며 성장-내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전년 대비 45.5% 증가…영업이익 늘었고, 비용은 줄었다
이 행장이 이끄는 하나은행은 첫 분기에 두드러진 실적을 냈다. 15일 하나금융그룹의 1분기 실적보고서 등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순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45.5% 증가한 9707억원이었다. 국내 금융그룹에 속한 은행 계열사 11곳 중 가장 많은 순익을 냈는데, 덕분에 그룹 기여도도 73.9%에서 88.1%로 크게 늘었다.
특히 비용이 감소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분기 하나은행의 일반관리비는 8596억원으로, 작년 1분기(9236억원)보다 6.9% 줄었다. 신한·국민·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각각 8.0%, 0.9%, 6.9%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높은 효율성이 눈에 띈다. 이를 반영한 하나금융그룹의 일반관리비도 11.7% 감소했다.
성과는 수익성·건전성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올 1분기 1.68%의 순이자마진(NIM)을 기록했다. 전분기에 비해 0.0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나, 일회성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게 은행의 설명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정기예금 중도해지가 이어지면서 이자비용이 줄었고, 이것이 NIM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렸다.
만기이율보다 낮은 중도해지이율로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해서다. 이 효과가 1분기엔 소멸되면서 NIM이 하락했다는 이야기다. 하나금융은 "경상적 레벨이었던 1.67%와 비교하면 1분기 하나은행의 NIM은 0.0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분기 0.21%로, 전년도 1분기(0.24%)에 비해 0.03%포인트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총여신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높을수록 부실자산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23%로, 작년 2분기 후 우상향세다. 은행은 이에 대해서도 122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혹시 모를 부실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 통합 후 첫 '외환은행' 출신…재무·전략 두루 거친 전문가
호실적을 손에 쥔 이 행장은 업계 내에선 '재무통'으로 불린다. 1963년생으로 경북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1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외환은행에선 △재무기획부 △IR팀 △재무기획부 △전략기획부 △경영기획부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하나금융지주에선 그룹재무총괄, 부사장을 지냈고 하나은행 경영기획지원그룹 부행장을 거쳐 작년 3월엔 하나생명 대표이사로 역임했다. 또 이 행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후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이란 점도 주목을 받았다. 함영주, 지성규, 박성호 등 이전 은행장들은 모두 2022년 하나은행에 흡수합병된 서울은행 출신이다.
이 행장은 취임 초기 '상생'에 속도를 냈다. 취임 초기 강조했던 이청득심(以聽得心,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과 맞닿아 있는 행보다.
1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2300억원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데 이어,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키로 했다. 또 햇살론15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에겐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최근엔 도소매업자도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상생금융 대상을 늘렸다.
전세사기 피해가구를 돕는 '하나 상생 주거지원 프로그램'도 전개했다. 피해가 확인된 가구를 대상으로 세대 당 2억원 한도로 총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하는게 주된 내용이다. 경매가 완료됐거나, 거주지를 상실한 가구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전세자금 대출, 1500억원 규모의 구입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경매가 진행 중이거나 피해 예상 가구에겐 1500억원의 경락자금 대출도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아울러 은행은 대출 실행 후 발생되는 최초 1년간 이자 전액을 면제하고, 부대비용도 전액 지원한다고 했다.
또한 지난 3월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2년을 맞아 고객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행장은 상품,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아이디어, 개선사항을 논의한 바 있다.
◇ 본 평가는 2분기 이후…알뜰폰·아트뱅킹 등 비금융 '도전'
1분기 좋은 성적을 냈으나, 이 행장을 둘러싼 업계 안팎의 상황은 현재 녹록지않다. 은행권 연체율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여신에서 이익을 더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금융-비금융 결합을 시도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엔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 '고고팩토리'와 협업을 통해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KT·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요금제로, 통신비 자동이체 계좌를 하나은행, 하나카드로 지정하면 첫 개통일로부터 12개월간 매월 최대 5000원의 통신요금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번 요금제는 알뜰폰 사업자와 협력, 제휴의 일환이라는게 관계자의 이야기다.
하나은행은 또한 아트뱅킹에 대해서도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같은 달엔 '미술품 동산관리처분신탁'(미술품 신탁)을 내놓기도 했다.
미술품 신탁은 금융사가 동산인 미술품을 신탁받아 처분까지 실행하는 상품으로 하트원(H.art1)에서 개최했던 최영욱 작가전에 설치된 작품의 구매수요를 신탁과 연결했다는게 은행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이를 토대로 조각투자 관련 수익증권 발행신탁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도전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긴 어려우나, 차별화된 영업을 전개하고, 디지털화를 완성하겠다는 이 행장이 취임 일성과 맞닿아 있다. 이에 2분기 이후에도 '두 마리 토끼'를 계속 쥐고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