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초 작년 연매출 2조원 돌파...최대 영업이익 경신
소비 침체 우려 속 해외 브랜드 다양화하고, 온라인 주력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지난해 매출 2조10억원, 영업이익 18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2%, 80% 급증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성과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후 패션업계 호황속에서 업계 1위인 삼성물산 패션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졌다. 매 분기 상승세를 보이던 삼성물산 패션은 업계 최초 연매출 2조원 돌파, 2002년 기록한 1518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영업이익 경신이라는 대기록을 써내려갔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수입상품과 온라인 중심으로 전반적인 사업군이 호조를 보였다"며 "동계 성수기에 따른 온라인 및 수입상품 확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중심에는 이준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부사장)이 있다. 역대급 위기에 직면했던 시기, 수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아 2년 만에 다시금 전성기를 열었다.
◇선택과 기회 집중…불필요한 사업 과감히 중단
이 부문장은 1992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뒤 패션부문에서 전략기획담당과 경영지원담당을 거쳐 액세서리사업부장, 에잇세컨즈사업부장, 경영지원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패션 업계 전체가 어려워진 2020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으로 선임되며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당시 삼성물산 패션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 1조545억원으로 전년 동기간보다 10.7% 줄고, 영업손실 360억원을 기록했다.
이 부문장은 취임 후 임직원에게 보낸 첫 인사에서 “스스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 고객을 모든 일의 중심에 두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해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자”며 “기존 브랜드들은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가야 하며 성공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성과 잠재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했다.
2018년부터 적자를 냈던 직물 사업이 대표적이다. 직물 사업의 경쟁우위 확보가 어렵다는 결론에서다.
수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한 ‘에잇세컨즈’의 전략도 새롭게 짰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자 2021년 3월 명동본점을 폐점하는 등 단독 매장을 줄이는 대신 아울렛·쇼핑몰 중심으로 신규 출점을 이어나갔다.
이 부문장의 과감한 결단은 성공적이었다. 제품의 재고 비중이 현저히 줄면서 재무에도 숨통이 트이고, 자사가 전개하는 해외 브랜드 등에 집중하면서 실적이 반등했다.
◇해외 브랜드·편집숍으로 매출 성장 견인
이 부문장은 ‘메종키츠네’, ‘아미’, ‘톰브라운’ 등 MZ세대의 관심이 높은 해외 브랜드 사업에 힘을 줬다.
편집숍 ‘비이커’, ‘10 꼬르소 꼬모’ 등을 통해 해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새로운 오프라인 편집숍 ‘ZIP739’도 오픈했다.
ZIP739는 삼성물산 패션이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여성복사업부, 리움미술관 아트숍, 제일기획 출신의 컨설턴트와 마케터들을 모아 기획한 편집숍이다. 예술, 음악, 갤러리 등 한남의 지역성을 토대로 패션과 아트, 그리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브랜드별 팝업스토어 연이어 오픈했다. 지난해에만 시프트G, 크리스탈헤이즈, 란스미어 골프웨어, 코델로, 자크뮈스, 피네이더, 하티스트, 오라리 등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MZ세대 방문이 많은 백화점 더현대서울에는 아미, 구호플러스 등의 단독매장을 내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는 ‘가니’, ‘자크뮈스’의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삼성물산 패션은 2021년부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며, 전 직원에게 설립 후 처음으로 100% 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고희진 에잇세컨즈 사업부장과 박남영 해외상품2사업부장이 첫 여성 부사장으로 배출했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이 부문장 체제 이후 성과급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임직원 사기가 올라가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부문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역량도 끌어올렸다.
특히 온라인몰 ‘SSF샵’의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SSF샵 메인 화면과 상품 페이지의 인터페이스 개선을 통해 고객이 의류 매장을 돌아다니는 듯 메인 화면을 구성하고 맞춤 상품 추천 기능을 강화하며 매출 올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SSF샵의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2021년 7월 유튜브에 공식채널 ‘세상이 사랑한 패션 TV’(세사패)를 개설하고 여러 콘텐츠를 선뵀다. 세사패는 이달 기준 구독자 수 15만2000명을 기록 중이다.
◇해외 사업 확대·충성 고객 확보로 포트폴리오 넓힌다
삼성물산 패션의 올 1분기 매출은 5260억원, 영업이익은 57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35.7% 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회사측은 "지속적인 상품력 개선 및 판매 구조 효율화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사업군에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1분기 실적 호조세를 보였지만, 2분기부터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국내 소비 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해외 상품 및 신규 브랜드 출시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과 충성 고객을 확보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준지는 지난 1월 프랑스 파리 아랍세계연구소(Institut du monde arabe)에서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을 진행했다.
여기에서 준지는 컬렉션의 테마를 ‘BROKEN’으로 잡고, ‘비정형의 미학’을 다각도로 표현했다. 모던하고 럭셔리한 록 펑크(ROCK PUNK) 무드를 강조하면서 밀리터리, 라이더, 데님 등의 아이템을 재해석해 경계를 허무는 작업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창조했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새로운 모멘텀 확보와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행보는 K-패션에 대한 해외의 긍정적인 인식과 관심도를 등에 업고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SF샵을 통한 MZ세대 충성 고객 확보에도 나선다.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락인 효과'를 위해 최근 SSF샵에서 멤버십 포인트 0.5% 적립과 함께 사용 범위를 넓혔다. 또 스타일 커뮤니티 서비스 '다이버'도 패션 스타일 로그로 개편했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해외 상품 및 신규 브랜드 출시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기존 전략과 함께 온라인이나 SSF샵 전용 브랜드 론칭에 힘을 주고 있다”며 “국내에 들여온 인기 해외 브랜드들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해 구매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