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소재 공급망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글로벌 시장 선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대응부터 모회사인 LG화학의 중간재 생산능력을 통한 수직계열화 효과까지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배터리 4대 원재료 효율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안정적인 원재료 수급 체계 확보를 통해 중국 경쟁사들과의 배터리 가격 경쟁 본격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원가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제품을 주력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리튬 등 광물 가격을 무기로 낮은 가격의 배터리를 공급하며 완성차 고객사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의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1위는 28.0%를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어 CATL이 점유율 24.4%로 2위에 자리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분기 9.6%포인트(p)였던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3.6%p로 줄어 CATL이 중국 외 국가에서도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TF는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소재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운영 중인 글로벌 배터리 생산지와 밀접한 지역에서 소재 공급처를 구하는 데 집중하고 장기 계약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광물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계약까지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재료 제조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관련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업체 야화와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 하이니켈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모로코는 미국·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미국 IRA, EU 핵심원자재법(CRMA) 등의 원재료 규정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리튬 생산업체 독일 벌칸 에너지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호주 라이온타운과 5년간 수산화리튬 원재료 리튬 정광 70만t 확보 계약, 세계 1위 리튬 보유국 칠레의 리튬 업체 SQM과 9년간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t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밖에도 미국 컴파스미네랄과 2025년부터 6년간 연 생산량(약 1만1000t)의 40%를 공급받고 향후 하이니켈 배터리 소재인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호주 시라와는 2025년부터 천연 흑연 2000t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캐나다 일렉트라·아발론·스노우레이크로부터는 황산코발트 7000t·수산화리튬 25만5000t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
모회사 LG화학의 중간재 생산능력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달 중국 절강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통해 향후 5년간 총 1조2000억원을 투자, 새만금산단 6공구에 2028년까지 연산 10만t 규모의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또한 새만금에 메탈 정련 설비를 만들어 전구체 소재인 황산메탈까지 생산, 수직계열화를 통한 소재 공급망 구축을 추진한다.
전구체는 배터리 양극재 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국내 생산능력 확보 필요성이 크다. 화유코발트는 자체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코발트 채굴 업체로 LG화학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에서의 메탈 정련 능력 확보와 전구체 생산 능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또 고려아연과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IRA에 공동 대응하고 양극재 원재료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세우고 울산 온산 산업단지에 연산 5만t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고려아연은 미국 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 광물 재활용 역량까지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외에도 국내 유일의 양·음극재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과 협력 관계를 통해 소재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양사는 2012년부터 양·음극재 공급 파트너십을 이어왔으며 최근 약 30조2595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 총 52조원 이상의 누적 수주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