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몽고 등 리튬광산 개발 잇단 발표…투자 실패 확률 커
경쟁사 대비 투자 여력 없고 가시적 성과 없어 리스크 부각
수천억 마련위해 자사주 매각·CB 발행 가능성…오버행 우려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코스피 상장사 금양이 최근 리튬광산 탐사 및 원통형전지 연구 등 2차전지와 관련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도 최고가 기준 17배 이상 급등한 상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 실질적인 생산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의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 콩고 이어 몽고 자원개발…자원개발 실패 리스크도 존재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 10일 몽골의 광산개발 회사인 몽라(MONLAA)와 리튬광산 개발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금양은 향후 몽라의 지분 60%를 6000만달러(약 802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금양에 따르면 이 광산의 리튬 추정량은 36만 톤이며, 텅스텐(65만톤)과 몰리브덴(20만톤) 등 다른 광물의 잠정가치를 포함하면 총 118조원의 광물이 매장돼 있다. 금양은 몽골의 광산개발로 2024년부터 4024억원의 매출액과 161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과 2026년에는 영업이익이 각각 1872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콩고민주공화국 리튬광산 탐사 개발을 위해 현지 광산개발사(CHARLIZE RESSOURCES SAS)와 MOU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탐사준비 및 1차 탐사로 20% 지분(약 12억7000만원)을 취득했으며, 지난 3일 심층탐사에 필요한 장기 임대 비용으로 약 13억4000만원을 납입했다. 금양은 심층탐사를 위해 내달 29일까지 100억7000만원을 납입할 계획이다. 이후 타당성조사 단계에서 128억2000만원을 납입 후 개발허가권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총 비용은 255억원가량으로 이를 통해 지분 60%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소식에 금양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지난해 7월까지 한주당 주가는 5000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 4월 11일 한때 9만2500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16일 종가 기준 5만5900으로 조정된 상태이기는 하나, 8개월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여전히 높다.
이로 인해 금양 주가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현재 금양이 추진 중인 광물 개발의 경우 성공여부가 불투명하고,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금양이 몽고와 콩고민주공화국과 맺은 계약은 MOU로, 정식계약과 달리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가 아니다. 언제든지 그 계약조건이 변경되거나 해당 계약이 언 무효화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2009년 볼리비아 정부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리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 제조를 위한 MOU를 맺었으나, 볼리비아의 리튬 국유화 추진으로 정식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 포스코의 경우 볼리비아에 양극재를 제조하는 시험설비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최근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도 리튬 국유화로 추진 중에 있으며, 정식 계약이 아닌 MOU 단계에선 해당 국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계약조건이 변경될 수 있는 리스크가 크다.
금양 역시 두 국가의 정책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계약이 변경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탐사 개발을 위해 투여한 투자금조차 온전히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탐사 이후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더라도 자원 개발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적인 차원에서 투자자원개발 펀드를 만들어 해외자원 개발을 추진했으나 해당 투자펀드의 손실률은 90%에 이를 정도로 큰 손해를 봤다”며 “자원 개발의 경우 실패할 부분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되는 만큼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2차전지 개발 아직 가시적인 성과 없어
금양은 리튬광산 개발뿐 아니라 2차전지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금양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1년 3개월간 투자해 21700 원통형 리튬 2차전지를 개발했다고 공시했다. 금양에 따르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 3번째 성공 사례다.
금양은 원통형 2차전지뿐 아니라 △전기차용 리튬배터리의 핵심재료인 수산화리튬 가공 △2차전지 성능 향상을 위한 지르코늄 첨가제 사업 등도 추진 및 개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금양은 2023년 원통형 2차전지 양산을 목표로 부산 본사 부지에 관련 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부산광역시와 기장대우일반산업단지 내 2차전지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MOU를 맺었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금양은 8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차전지와 관련해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장에 세워지는 2차전지 생산시설 설립 역시 구체적인 발표를 여러 차례 미루며 검토만 하고 있다.
또한 R&D 투자 역시 경쟁사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연구개발비용은 15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0.7%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8761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3.4% 수준이다. 삼성SDI 역시 지난해 매출액의 5.4%에 달하는 1조764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후발주자인 금양이 생산기지 설립 후 생산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자동차향 배터리 생산을 지양하더라도, 마진율 문제로 해당 사업부문에서 이익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 자사주 매각·CB 발행 통해 투자금 마련 예상…오버행은 불가피
무엇보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양이 신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양이 현재 발표한 사업을 모두 추진하기 위해선 최소 8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금양이 현재 보유한 현금자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1분기 기준 금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17억원이다.
이에 대해 금양은 지난달 초 자사주 232만주 중 200만주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1118억원으로, 추진사업비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른 금액이다.
따라서 남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대규모 CB(전환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시장의 매도 잠재물량이 늘어나 기존 투자자의 주가가치도 희석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배터리 아저씨'로 통하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한 유튜브에서 자사주를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종가 기준 지난달 10일 8만9500원이던 주가는 지난 16일 기준 5만5900원까지 내려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