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한 법 집행' 예고에 민노총 반발…"폭압에 맞설 것"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 집회를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시위를 묵인한 결과라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끌어올렸다. 민노총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의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반노동·반헌법 폭압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주 1박 2일에 걸친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됐었다”며 “우리 헌법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저 역시 대통령으로서 이를 존중해 왔다”고 밝혔다.
앞서 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16일 서울 도심 중구 세종대로를 비롯한 주요 도로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노조 탄압 중단과 함께 구속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 씨의 명예 회복을 촉구했다.
민노총 건설노조는 당초 1박 2일 노숙 시위를 신고했으나, 경찰은 이를 허용할 수 없다면서 이날 오후 5시까지만 집회를 허락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해산하지 않고 1박2일 시위를 벌였고, 서울 도심 교통은 온종일 마비됐다.
윤 대통령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와 시위에 법 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라면서 “확성기 소음, 도로점거 등 국민들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가 민노총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바람에 공권력이 제 기능을 못 했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엄정한 법 집행으로 국민 기본권을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범법자들로부터 고통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강력히 지지하고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지켜지지 않으면 선량한 시민과 사회적 약자가 고통받게 돼 있다”면서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 민노총 "尹정부, 권위주의 정권 행보와 겹쳐"
윤 대통령이 불법 집회와 시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예고하자 민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결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은 못 하더라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권에 비판하고 대항하는 일체의 모든 행위를 가로막겠다는 것"이라면서 "퇴행적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오로지 전 정부의 탓이고 민주노총의 탓"이라며 "그냥 윤석열 정부는 '민주노총이 싫고, 전 정부가 싫고, 야당이 싫고, 나를 비판하는 모든 세력이 싫다'고 선언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어디로 갔느냐"며 정부와 여당이 심야 시간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꼬집었다.
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행보에 역대 권위주의 정권의 행보가 겹쳐진다"며 "집회와 시위를 제한한다고 해서 정권의 위기를 모면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반헌법 폭압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