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위기의 배달대행 업계, 돌파구 마련 '고심'
"생각대로 라이더 하면 돈 벌겠다고 생각하게 할 것"
전기 이륜차 통해 고정비 감소…소화물로 영업 확대

닷스테이션 '고고로 플래그십 스토어 논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채헌진 로지올 대표. 사진=로지올 제공
닷스테이션 '고고로 플래그십 스토어 논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채헌진 로지올 대표. 사진=로지올 제공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배달대행업계의 대리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은 결국 라이더에게 왜 우리 서비스를 써야하는지 차별점을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라이더의 수익성을 보다 개선해 생각대로와 함께하고 싶다는 락인(Lock-in) 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한 배달 시장이 엔데믹을 맞으면서 위기 국면을 맞았다. 야외 활동이 늘고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이용자는 줄고, 라이더들은 수익이 감소했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배달 시장의 위기는 고스란히 배달대행업계를 덮쳤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매각됐고, 바로고·만나플러스·생각대로 등 대형 배달대행업체 3사도 모두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당대행사들은 직접적으로 배달을 담당하는 지역 배달 대리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선 현금 지원을 받고 이전 업체와 정상적으로 계약 해지 절차를 밟지 않고 이적하는 등 ‘뒷말’이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생각대로 운영사인 로지올 채헌진 대표는 “결국 업체 간의 서비스 품질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그 차별점은 결국 라이더의 수익성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인성데이타를 모회사 두고 있는 로지올은 2016년부터 배달대행 서비스 생각대로를 운영 중이다. 2001년 설립된 인성데이타는 생각대로 배송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로지올 외에 전기 이륜차 보급 사업을 진행하는 바이크뱅크를 자회사로 뒀다.

로지올은 라이더의 안정적인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열사인 바이크뱅크 및 바이크뱅크의 자회사 닷스테이션과 전기 이륜차 및 스테이션 보급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생각대로를 이용하는 라이더들에게 전기 이륜차 보급을 확대해 라이더 지출의 핵심인 유지비를 줄이고 서비스 락인 효과를 불러오겠다는 계획에서다. 

채헌진 로지올 대표를 만나 배달대행 시장 현황과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채헌진 로지올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Q. 배달 시장은 배달 플랫폼과 자영업자, 라이더, 배달대행사, 지역 배달 가맹점 등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과거에는 배달 플랫폼은 배달 주문 중개만을 수행했다. 배달대행 플랫폼도 사회적 요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배달앱의 오퍼레이션 파트너로 배달앱·지역사업자·자영업자·라이더를 두루 중개하는 역할만을 수행했다.

현재는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의 요청에 협력하며, 최근 출범한 배달서비스공제조합에 자본을 출자하는 등 지역사업자들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엔데믹 이후 배달이 줄고 대형 배달대행사업자였던 메쉬코리아가 자금난을 겪고 매각되는 등 시장의 변화가 크다. 현재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배달 시장에서 제기되는 불만의 상당 부분은 ‘배달비를 결정하는 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오해로 소비자를 포함한 배달 시장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간의 불신이 높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소비자는 라이더가 배달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해 배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실상은 라이더들이 지난 시위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더 내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과도한 수수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Q. 최근 배달의민족이 배민1 '알뜰배달' 출시를 통해 분리형 배달대행사들의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기적으로 배달대행 플랫폼의 입지가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올해 초까지는 배민이 배민1을 통해서는 한집 배달만을 진행했다. 나머지 주문은 주문 중개 만을 담당하고, 묶음배달은 분리형 배달대행사가 진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알뜰배달로 배민이 묶음 배달도 진행하면서 후자의 콜 수 일부가 이탈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최근 배달대행 플랫폼들간의 대리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도 끊이지 않는 상태에서 통합형 플랫폼과의 경쟁 구도도 형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규모가 작은 배달대행 플랫폼의 경우는 배민1의 묶음배달 같은 서비스 출시로 인해 어려움이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주요 배달대행 플랫폼을 이용하는 지역 사업자들은 각자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한 영업 및 운영 노하우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쉽게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시장이 치열해지다 보니 배달대행 플랫폼간에 대리점 확보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배달대행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 같이 규제의 테두리 내에서 모두가 규칙을 지키고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플레이어가 등장할 때 마다 무리하게 자본을 쏟아 내면서 시장의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결국 제도적인 장치 내지는 배달대행 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상호 존중할 수 있는 규칙을 업계 내에서 만들어 나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고로 바이크 이용중인 생각대로 라이더. 사진=로지올 제공
고고로 바이크 이용중인 생각대로 라이더. 사진=로지올 제공

Q. 기존 배달대행 서비스 외에 신사업도 진행 중으로 안다. 로지올은 닷스테이션과 함께 전기 이륜차 보급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는데, 어떤 서비스인가.

결국 배달대행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라이더가 돈을 잘 벌어야 하는 구조다. 라이더가 잘 벌어야 다른 일을 찾아 떠나지 않고, 대리점이 수익이 난다. 대리점이 수익이 나야 배달대행사가 수익이 난다.

라이더가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라이더가 월마다 지출하는 고정 비용이 줄던지, 받는 배달 콜수가 늘어나야 한다.

라이더가 월에 고정 비용으로 지출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이 바이크 유지비다. 전기 이륜차를 사용하면 현재 대다수 라이더가 이용하는 내연 이륜차 대비 유지비를 75%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월간 20~25만원 수준의 절약 효과로, 연간 최대 300만원 가량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라이더 수익을 보전해주고 생각대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역 사업자들로 하여금 라이더 확보를 용이하게 해 생각대로 서비스를 지속 이용하는 락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Q. 라이더의 고정비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 직접적인 수입 확대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사실 본사에서 일반 가맹점(음식점) 영업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치킨이나 버거 프랜차이즈 등 B2B(기업간거래) 관련한 주문을 영업해서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다.

향후에는 화주사들로부터 소화물 물량을 받아 소화물 운송 역시 배달대행을 통해 진행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다만 경쟁사가 이를 섵불리 시도했다가 경영난을 겪은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오프라인 인프라 구축을 선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화물을 추가해 콜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Q. 다시 전기 이륜차 얘기로 돌아와서 수도권에 100기 이상의 전기 이륜차 배터리 교환 플랫폼을 설치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현재 전기 이륜차 시장이 그렇게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만큼의 전기 이륜차 스테이션 수요가 있는 상황인가.

국내 이륜차 운전자분들의 전기 이륜차 교체 수요가 많다고 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니즈가 생긴 이후에 인프라 부족으로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는 오히려 다시 전기 이륜차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기 이륜차 교체 수요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언제 어디서든 배터리 교환이 가능하고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스테이션 인프라가 선구축 되는 것이 필수이다. 이런 방향에서 스테이션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스테이션 설치 현황은 현재 수도권에 21곳 가량의 스테이션이 설치돼 있으며, 지방까지 포함해 전국 71개가 설치됐다.

스테이션 설치 사업에서는 ‘부지 확보’가 핵심이기 때문에 세종시, 창원시와 같은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환경부에서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Q. 닷스테이션은 대만 전기 이륜차 회사 '고고로'와 독점 계약을 맺고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고로와 함께 사업을 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고고로는 대만에 약 2700여개의 스테이션을 설치, 보급률 90% 이상을 달성한 명실상부한 1위 업체다. 이미 약 10년간 축적된 업력을 가져 국내 전기 이륜차 기업 대비 기술력과 노하우 면에서 앞서 있다.

바이크는 경사로 정차 시 재출발했을 때 밀림 현상이 없어 국내 최대 등판 능력을 보유했고, 2018년 국내 보급 이래 차량 오작동이나 배터리 발화 등 사고 이슈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안정성을 자랑한다.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역시 국내 유일하게 30구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 보급 효율이 높은 편이며, 방수 및 방진 설계가 뛰어나 하드웨어 내구성이 타사 대비 월등히 우수하다.

Q. 전기 이륜차 보급 사업 외에 추가로 앞으로 계획 중이거나 현재 진행중인 신사업이 있을지?

현재 투자시장, 배달시장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기보다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사업 지속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전기 이륜차 및 스테이션 보급으로 친환경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더불어 배달대행이라는 본업의 강점을 극대화할 지역사업자 지원 서비스를 늘려갈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로지올 수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기사들에게 생각대로로 가고싶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

이를 위해 지역 대리점들의 영업이 수월하도록 라이더공제조합 등에도 참여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힘쓰고 있으며, 라이더 고정비를 줄인다던가 그런 차원에서 전기 이륜차 보급 사업도 진행하는 것이다.

‘생각대로와 함께하면 돈 벌 수 있다’ 이것이 내세우고 싶은 캐치 프레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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