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IB 순손실 232억원...신규딜 감소, 충당금 적립 영향

사진=하나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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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하나증권의 IB 부문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위축된 시장 환경에 사실상 신규딜이 끊겼고, 설상가상으로 기존에 진행했던 딜마저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 1분기 IB 부문에서 2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00억원 이상 감소한 기록이다.

하나증권의 IB 부진은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1분기 14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431억원, 444억원으로 1분기 대비 약 70%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19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IB 부진의 주요 원인은 시장 위축에 따른 신규딜 감소다.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딜이 사실상 사라졌다. 더불어 기존 딜에서도 경고음이 들리며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것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 하나증권은 지난해 충당금 958억원을 설정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228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2021년 충당금 규모는 101억원 수준이었다. 

충당금은 대출과 보증부실 등 익스포저에 대비해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을 회계상 미리 반영하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PF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충당금 규모를 키우고 있다.

충당금은 실제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대손비용으로 집계돼 영업이익과 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충당금 자체는 손실을 대비해 쌓아두는 금액이지만, 업계에서는 통상 충당금을 쌓을 단계까지 왔다면 위험도가 상당히 커졌다고 본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에서 선제적인 리스크 완화를 목적으로 증권사들에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충당금을 쌓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하나증권의 경우 충당금을 제외하더라도 IB 부문의 부진은 명확한 상황이다. 올 1분기 충당금과 영업외손익을 제외한 IB 부문의 순이익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 1444억원 대비 96% 급감했다.

하나증권은 "IB 부문의 부진 요인은 극도로 침체된 시장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동시에 기존딜도 지연 및 취소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IB 부진에 하나증권의 올 1분기 실적도 좋지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67억원, 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29.7% 감소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1분기에는 IB 부문과 함께 WM 부문도 부진했다. WM 부문의 1분기 순이익은 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홀세일 부문은 51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53억원과 유사한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S&T 부문은 글로벌 증시 회복 등 영향으로 크게 증가했다. 1분기 S&T 부문의 순이익은 944억원으로 전년 동기 428억원 대비 120.6%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 내 사업부 위상도 크게 변화했다.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77%에 달하던 IB 부문의 세전순이익 비중은 올 1분기 -22.6%까지 떨어졌다. 반면, S&T 부문은 27%에서 92%까지 비중이 급등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이 WM 부문에 강점을 가진 강성묵 사장을 선임하면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현실은 IB 부문의 부진에 대응하기 버거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IB 시장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나증권은 다수의 IPO 주관을 예정하고 있는 등 반전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반대로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지속된다면 장기적인 수익 부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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