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순자본비율 하락...초대형 IB 조건인 재무건전성 악화
재무건전성 제고 위해 1500억 신종자본증권 발행...지주사 전액 인수
삼성증권 인가 주도한 정영균 부사장 영입...초대형 IB 추진 본격화

하나증권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하나증권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하나증권은 올 2분기와 3분기 부진한 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추진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최근 지주의 지원을 받은 하나증권은 하나자산운용 자회사 편입이라는 주요 현안까지 마무리돼 내년 초대형 IB 인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6호 초대형 IB 인가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초대형IB의 조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일찌감치 갖췄으며 그동안 초대형IB 인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과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심사를 통과한다면 초대형IB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증권은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PF와 해외대체투자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부동산 및 글로벌 실물 경제 악화로 보유 자산들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등으로 인해 막대한 충당금을 적립했으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하나증권의 충당금 등 전입액 규모는 올 1분기 219억원에서 2분기 832억원, 3분기 783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국내외 부동산 평가손실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사모펀드 관련 보상금 때문이다. 올 2분기와 3분기 모두 500억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도 144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순자본비율(NCR)도 올 상반기 기준 1111.15%로 전년 동기 대비 15.20%포인트 하락했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은 1500%를 상회함을 고려하면 다소 아쉽다.

하나증권은 이미 2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으나 향후 추가로 적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0월 하나금융그룹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정승화 하나증권 부사장은 "지주의 해외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중 상업용 부동산(오피스)이 1조3000억원 가량인데 상반기 현장 실사를 통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며 "미국과 유럽쪽으로 재실사해 평가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을 올해 전부 다 쌓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불거진 홍콩H지수 연계증권(ELS) 사태도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증권사들의 홍콩H지수 ELS 판매량은 은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나 불완전판매가 입증돼 이에 대한 보상안이 확정될 경우 충당금이 일부 더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홍콩H지수 ELS 판매도 리테일이 강점인 일부 증권사에서 두드러졌다"며 "하지만 그 수준은 은행권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측 역시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로 인한 충격은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하나증권은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주의 자금 지원으로 풀이된다. 하나증권 측은 재무건전성 등 지표들을 관리하기 위해 발행했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강조해왔으며 하나증권의 초대형 IB 인가도 그 일환으로 여겨진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도 올해 초 취임사에서 "초대형 IB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신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께 감사드린다"고 언급한 만큼 지주사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추가 자금 지원 확률도 높게 보고 있다.

지주사를 등에 업은 하나증권은 이제 초대형 IB 인가 획득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초대형 IB 인가와 함께 주요 현안이었던 하나자산운용의 완전 자회사 편입이 지난 10월 말 완료됐다.

하나자산운용 편입 직후 하나증권은 삼성증권의 초대형 IB 인가를 진두지휘 정영균 부사장을 신임IB그룹장으로 선임해 초대형 IB인가에 다시금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내년 초대형 IB 인가 완료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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