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 약세가 두드러진다. 빈자리는 하이브리드차가 채우는 모습이다. 배출가스 규제로 디젤차 퇴출이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전기차 등 다른 친환경차보다 접근성 좋은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 신규등록된 국산차 및 수입차는 총 14만9541대다. 이중 디젤차는 2만6896대, 하이브리드차는 2만7863대다. 국토부 통계상 월간 신규등록 자료에서 하이브리드차가 디젤을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6만2294대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차 신규등록대수는 2022년 21만1304대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디젤차는 87만2890대에서 35만616대로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연료소비를 줄이는 구조다. 1997년 토요타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뒤 현재는 한국,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도 하이브리드차를 판매 중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와 순수 전기차(BEV)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기름소비와 배출가스는 내연기관차보다 적고,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를 따로 충전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순수 전기차보다 오랜 시간 양산된 만큼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낮다.
여기에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차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한국과 유럽 등 많은 지역에서 2030년 전후로 디젤차 신차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고차 가격 방어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점차 디젤차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디젤차의 최대 강점인 경제성도 많이 희석됐다.
환경부 인증 기준 기아 쏘렌토 1.6 하이브리드의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15.3㎞(17인치 타이어, 2WD 기준), 쏘렌토 2.2 디젤의 연비는 복합 ℓ당 14.1㎞(18인치 타이어, 2WD 기준)다. 여기에 대한석유공사 유가 사이트 오피넷이 공시한 6월 둘째주 기준 평균 유가(휘발유 ℓ당 1590.18원, 경유 ℓ당 1407.96원)와 연간 주행거리 1만㎞를 기준으로 계산한 각 차량의 연 예상 유류비는 각각 103만9333원과 99만8553원으로 비용 차이가 채 5만원이 되지 않는다.
디젤차는 전통적으로 선호도 높은 유럽에서도 점차 인기가 식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4월 유럽 30개국에서 판매된 디젤차는 55만391대로 순수 전기차(55만9733대)보다도 적게 팔렸다. 전기차는 전년 동기 대비 36.5% 증가했지만, 디젤차는 0.5% 감소한 결과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는 108만9414대 출고되며 디젤차의 두 배에 달했다.
제조사들도 신형 디젤차 개발을 중단하는 한편 기존 라인업에서도 디젤차를 점차 줄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19년 아반떼 디젤을 마지막으로 세단에서 디젤 라인업을 단종시켰다. SUV에서도 현대차 코나, 기아 셀토스 등 소형 SUV를 중심으로 디젤을 배제하고 있다. ‘국민 트럭’으로 불리는 현대차 포터 등도 연말 출시 예정인 신차에 디젤이 빠지고 LPG가 추가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두 ‘탄소 0’이라는 각국 정부의 목표에서 보면 모두 수명이 한정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디젤이 하이브리드보다 먼저 퇴출될 전망이며, 이는 소비자들이 디젤차를 더 이상 선택하기 어렵게 한다”며 “최근 유럽에서 논의 중인 ‘유로7’의 경우 현재 기술로는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허들이 높다는 점도 제조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