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 사태로 신뢰 무너졌지만 다양한 이벤트 통해 회복 잰걸음
수사결과 따라 위기 다시 올 가능성...연내 '초대형 IB 진입'은 힘들듯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키움증권 황현순 대표이사가 '위기'에 빠진 회사 경영을 구출해야만 하는 막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특히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사태로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황 대표의 경영능력마저 시험대에 올랐다.
◇ SG발 사태로 키움의 소비자 신뢰도 하락
지난 4월 터진 SG증권발 사태에 김익래 회장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SG증권발 사태는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에서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삼천리 △선광 △다우데이타 △선광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등 8개 종목과 관련해 대량 매도 물량이 터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김 회장의 경우 사건이 터지기 전에 주당 4만3245원에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605억원에 매도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미리 정보를 알고 매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터졌다.
결국 의혹에 책임을 지고 김 회장은 지난 5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움키움그룹 회장 자리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매도를 통해 얻은 수익 역시 주가 폭락으로 피해 입은 투자자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키움증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는 빠른 시일 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인해 지난달 키움증권은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제도개선이 있을 때까지 CFD 판매를 잠정중단한 상태다.
다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키움증권의 리테일 점유율은 빠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키움증권의 리테일 시장점유율은 21.33%로, 전월(21.25%) 대비 오히려 0.08%p 증가했다.
이에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이 이미지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며 "고객 이탈이 우려보다 적은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지만, 향후 김 전 회장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같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 신뢰도 회복 통해 리테일 역량 강화 나서
상황이 이러한 만큼 황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그는 키움증권 부사장 시절이던 지난해 1월 키움증권 신규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 됐다. 지난해 1년간 증시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도모하는 등 뛰어나 경영능력을 보이면서 2026년 3월까지 3년의 임기를 더 보장받았다.
현재 키움증권의 신뢰도가 바닥인 만큼 여러 가지 이벤트를 통해 떠난 소비자의 민심을 달래고 있다.
또한 황 대표는 다양한 리테일 서비스를 개선해 리테일 부문 역량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예컨대 키움증권은 지난해 8월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영웅문S#'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간 나눠져 있던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하나로 통합했다. 키움증권 고객은 영웅문S#을 통해 계좌개설부터 국내주식, 해외주식, 금융상품 거래와 AI자산관리 및 마이데이터 서비스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다.
위탁매매 부문 강화를 통해 증권형 토큰(ST) 분야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랜드그룹·테사(미술품), 뮤직카우(음악 저작권료), 세종텔레콤·카사·펀블·비브릭(부동산) 등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 조각투자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고객들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주식 선물하기 △마이데이터 서비스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상태다.
◇ 연내 발행어음 시장 서비스는 어려워
다만 SG증권발 사태로 인해 키움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격을 연내 획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국내 9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받았다. 이후 작년 5월부터 전략기획본부에 종합금융팀을 초대형 IB 전담 조직으로 신설하는 등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했다.
초대형 IB이 되면 증권사 유동성 불안 등에 대응할 주요 수단인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더욱 안정적으로 기업금융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확정금리형 상품이다. 발행사가 직접 발행하고 원리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예치 기간을 1년 이내에서 고객이 자유롭게 설정이 가능하다.
다만 초대형 IB 인가의 경우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외에도 위험 관리 내부 통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 회사 건전성과 대주주 적격성을 만족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대주주인 김 회장이 SG증권발 사태로 검찰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연내 승인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황 대표 역시 오랫동안 초대형 IB를 준비해온 만큼, 연내가 아니더라도 초대형IB를 언제든지 받을 수 있게 계속 준비해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