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부진…2007년 이후 최저
글로벌 경기둔화‧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 대형프로젝트 발주 밀려
하반기 사우디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수주 기대감 ↑

지난해 12월  '원팀 코리아'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출범식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원팀 코리아'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출범식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연초 국내 건설사의 ‘수주 텃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글로벌 메가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발주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업계는 하반기부터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유럽 등에서 잇따라 발주가 예정돼 있어 해외수주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누적수주액은 87억 2417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06억 달러 대비 18% 쪼그라든 것으로, 과거 같은 기간 해외수주 실적으로 따져봐도 2007년 이후 최저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태평양은 23억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억600만 달러보다 대폭 늘었지만 아시아는 34억4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67억19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럽도 2억7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6억3000만 달러)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 이후 ‘제2의 중동특수’ 기대감이 불었던 중동은 15억1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6억55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중동 등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가 지연돼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등 주요 발주처들이 환율과 원자재값 부담으로 대형 프로젝트 발주시기를 상반기 이후로 늦추고 있다”면서 “또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해외사업 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발주가 예정된 해외 초대형 프로젝트들은 국내 건설사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신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포함해 해외 대형 플랜트 공사 발주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원팀 코리아’와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출범 등을 통해 앞다퉈 해외 건설시장 진출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총 50억 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Amiral) 프로젝트’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사우디 측으로부터 '아미럴 프로젝트' 1·4 패키지 계약 체결을 통보받았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사토프 석유화학 단지의 핵심 사업으로, 사토프 석유화학 단지는 연간 에틸렌 150만 톤, 프로필렌 50만 톤과 부가 상품 생산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에서 110억 달러를 투자한다. 두 회사는 합작기업인 사토프를 2014년 출범시켜 사우디아라비아 동쪽 주베일(Jubail) 지역에서 정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해당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본 건과 관련해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이번 아미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동지역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지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도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만큼 하반기 해외수주 기상도가 밝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시장 개척은 국내 건설사들의 필연적인 과제가 됐다”면서 “네옴시티 등 사업도 아직 수주를 위한 노력을 들이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은 현재보단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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