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스튜어트 노리스 GM 해외사업부문 및 중국 디자인 부사장, 이화섭 디자이너, 황보영 디자이너, 김홍기 디자이너. 사진=GM 제공
(왼쪽부터)스튜어트 노리스 GM 해외사업부문 및 중국 디자인 부사장, 이화섭 디자이너, 황보영 디자이너, 김홍기 디자이너. 사진=GM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쉐보레는 크로스오버 차량(CUV)이 단순히 세단과 SUV의 혼합형이라고 말하진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가치를 차에 담고자 했고, 그것이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성공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GM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주요 디자이너들을 초청해 인터뷰 행사를 진행했다.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은 지난 5월 GM이 한국 진출 이후 최초로 개장한 통합 브랜드 공간으로 쉐보레, 캐딜락, GMC 등의 주요 차종 및 헤리티지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피스타치오 카키. 사진=GM 제공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피스타치오 카키. 사진=GM 제공

올 3월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GM의 주요 제품으로 부상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사전계약 7일만에 1만3000대를 돌파, 국내 쉐보레 브랜드 제품 중 최단기간 사전계약 1만대를 달성했고, 출시 첫 달에만 북미 시장에 1만6000여 대가 수출되는 등 반응이 뜨겁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2013년 소형 SUV라는 당시로선 생소한 장르의 시작을 알린 트랙스는 10년 만에 돌아온 2세대에서 과감히 크로스오버로 변신을 꾀했다. ‘최초의 소형 SUV’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새로운 영역에서 도전에 나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와 관련 스튜어트 노리스 GM 해외사업부문 및 중국 디자인 부사장은 “원래 트랙스는 B세그멘트 SUV에서 탄생됐고, 전 세계적으로 오리지널 트랙스가 상당히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는 소비자들이 좀 더 크고 실용성이 있는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러한 가치가 오리지널 트랙스와 잘 접합되길 바랐다. 이것이 2세대 트랙스가 크로스오버로 돌아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튜어트 노리스 GM 해외사업부문 및 중국 디자인 부사장. 사진=GM 제공
스튜어트 노리스 GM 해외사업부문 및 중국 디자인 부사장. 사진=GM 제공

크로스오버는 ‘교차’를 뜻하는 영단어로,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위 또는 작품 자체를 칭하는 개념으로 예술계에서 두루 쓰인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세단이나 SUV 등 전통적인 개념으로 설명이 곤란한 차들을 분류하는 용어로 통칭된다

크로스오버는 자동차 업계에서 ‘양날의 검’으로도 불린다. 각 차종의 장점이 잘 녹아든 크로스오버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지만, 자칫 이도저도 아닌 천덕꾸러기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스튜어트 노리스 부사장도 “2세대 트랙스를 준비하면서 과감한 시도(크로스오버로의 변화)를 제안한 건 디자인 부서”라며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었지만, 시장 트렌드와 상품성 강화 측면에서 디자인팀이 설득력 있는 제안을 했고, 이것이 실제 제품에 잘 반영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쉐보레는 대형 SUV 타호, 아메리칸 머슬카의 상징 카마로, 북미 시장에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세단 임팔라 등 선 굵은 정통 차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다. 그만큼 브랜드 최초로 시도한 크로스오버에 대한 쉐보레 디자이너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화섭 GM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사진=GM 제공
이화섭 GM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사진=GM 제공

‘쉐보레가 정의한 크로스오버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이화섭 외장 디자이너는"크로스오버라는 단어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고 싶은 디자인과 진보적인 디자인 사이의 균형을 찾아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자세를 구현하게 됐다"며 "앞좌석 탑승자와 뒷좌석 탑승자 사이의 거리, 옆 사람과의 거리, 헤드룸, 레그룸, 힙포지션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신선하고 진보적인 프로파일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또, 신차의 트림 구성도 크로스오버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고 이화섭 디자이너는 강조했다.

그는 "RS는 도시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역동성을, 액티브는 그릴, 스키드 플레이트 등의 디자인을 달리해 정통 SUV는 아니지만 시각적인 포인트를 통해 또 다른 개성을 선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본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부합한 트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폭넓은 선택지를 주는 제품"이라고 전했다.

그간 쉐보레 차량들은 실내가 경쟁차들보다 다소 투박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실내는 플로팅 타입의 8인치 클러스터와 11인치 터치스크린으로 구성한 듀얼 스크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중앙 터치스크린은 운전자를 향해 약 9도 기울여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트렌디함과 편의성 모두 개선된 선택으로 호평 받는 요소들이다.

황보영 GM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진=GM 제공
황보영 GM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진=GM 제공

황보영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옛날 쉐보레 실내 디자인 정체성은 듀얼 콕핏(Dual Cockpit)이었지만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준비하면서 완전히 과거에서 탈피하고 나아가고자(break through) 했다"며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나만의 공간, 개성을 더 중요시 두는 소비자들을 지향하기 때문에 송풍구 등 주요 요소의 캐릭터를 두드러지게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미국과 한국 디자인센터의 협업으로 탄생한 차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타국 간 왕래가 힘들었던 시절 쉐보레는 다양한 신기술로 신차 개발을 원활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영 디자이너는 “트랙스를 개발하면서 특히 HMD(Head Mounted Display)를 많이 활용했다. 가상 공간 안에서 (각국 디자이너들이) 서로 소통하고 실시간으로 차 안에 앉아 리뷰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들이 매우 중요했다”며 “마치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 노리스 부사장은 GM 한국사업장의 디자인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팀은 메트로폴리탄 시티인 서울의 다양성, 문화, 건축, 디자인을 누리며 글로벌 트렌드를 이해하고 시장이 움직이는 곳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설득력 있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트랙스도 이전 세대의 이점을 계승하면서도 시장의 반응에 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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