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엉 주석과 정상회담…‘한-베 포괄적 전략동반자 행동 계획’ 채택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와 핵심 광물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어진 공동언론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담은 95분 동안 진행됐으며, 소인수 회담에 이어 확대회담이 차례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는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며 "오늘 저와 트엉 주석님은 격상된 양국 관계에 걸맞게 우리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에 이바지하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양국이 이날 협력 강화를 위해 채택한 행동 계획은 모두 다섯 가지다.
우선 두 국가는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양국 외교장관 회담도 연례화해 전략적 소통을 심화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 해양경찰청과 베트남 공안부 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해 베트남의 해양 치안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공고해진 양국 간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베트남과의 방산 협력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국가는 경제협력도 가속하기로 하고, 오는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양국 간 '상설 공동위원회'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 적용을 위한 '원산지 증명서 전자 교환시스템(EODES)'을 다음 달 개통해 양국 수출입 기업의 편의도 개선하기로 했다.
핵심 광물 공급망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베트남이 모나자이트와 제노타임 등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를 설립해 협력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양국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수소 생산, 스마트 시티, 기후 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협력할 방안을 발굴하기로 했다.
국민 교류도 늘리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미래세대 교류 증진을 위해 베트남 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지원과 장학생 초청을 포함한 교류사업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 간의 국제운전면허증 상호 인정에 관한 협정'도 맺었다. 양국에서 유효한 국제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으면 앞으로 상대국에 갔을 때 입국 후 최대 1년 동안 운전할 수 있다.
개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7년간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한도를 기존 15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확대 갱신하기로 했다. 여기에 20억달러 규모의 경협증진자금 협력약정도 이번에 처음으로 체결해 2030년까지 총 40억달러의 유상원조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4~2027년간 총 2억달러 규모의 무상원조를 환경, 기후변화 대응, 보건, 교육, 디지털 전환 등의 분야에 지원하기로 했다. 베트남 과학기술 혁신을 지원하기 코이카 무상원조로 향후 약 10년간 3000만 달러 규모의 양국 공동연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 간 미래지향적 개발 협력을 상징하는 한-베 과학기술연구원(VKIST)이 베트남 과학기술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힘쓰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은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우리의 인태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 이행에 있어 핵심 협력국"이라며 "한-아세안 관계발전, 한-메콩 협력에 있어 핵심 파트너인 베트남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은 역내 가장 시급한 안보 위협"이라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견인하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은 아세안 및 양자 차원 모두에서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베트남 국부인 호치민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호치민 묘소는 외국 정상이 베트남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관례로 찾는 곳으로, 조화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라 적힌 리본이 달렸다.
정상회담을 마친 윤 대통령은 응우옌 푸 쫑 당 서기장, 팜 밍 찡 총리, 브엉 딩 후에 국회의장 등 베트남의 최고 지도부와도 개별적으로 면담하고 국빈만찬에 나선다.
경제일정도 소화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인들과 오찬을 나눈 뒤, 양국 정부 대표와 주요 기업 약 500개 사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양국 주요 경제인들이 참석하는 포럼에서는 교역·투자, 공급망, 첨단산업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이 무역, 투자는 물론 인적교류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 양국 기업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30년을 열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