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통령으로 첫 전시 국가 공식방문…신변 위험 감수
세계은행과 재정 지원…'尹-젤렌스키 장학금'도 신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마린스키 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희망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6·25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부강한 나라로 발전한 역사를 언급하면서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은 7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고 밝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에는 군수물자 지원 확대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 인도적 지원 물품 신속 전달, 재정 지원 등은 물론 인프라 건설 등 재건 협력사업 발굴 등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안보 지원과 관련해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 공식'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성공적인 평화 공식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한국은 주요 개도국들이 평화 공식 정상회의에 더욱 많이 참여하고, 자유 연대에 동참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군수물자와 관련해선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더 큰 규모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살상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지뢰 탐지 장비 등의 품목을 신속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약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5000만 달러의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관련해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지난 5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 협정에 가서명한 사실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재정 당국이 이미 배정해 둔 1억 달러의 사업기금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우크라이나 내 온오프라인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키이우에 개소된 코이카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교육기관 재건을 위한 협력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6·25 전쟁의 상처를 극복한 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점을 언급하면서 "'드니프로강의 기적'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대한민국의 전후 회복과 번영의 역사가 그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우크라이나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우크라이나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아이들이 집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원해 준 대한민국에 감사하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회복 센터 건설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경제, 에너지 지원 등도 논의했다"며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도와주고, 안보와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공해 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이 지원한 안전 장비를 통해 인명을 살릴 수 있었다"면서 "전쟁 범죄 처벌을 지원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차례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이날 회담은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에 이어 양국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확대 회담까지 총 110분 동안 진행됐다.

파병지가 아닌 전시국가를 공식 방문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만큼 신변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없었지만,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알리고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강화 등을 알리기 위해 전쟁 지역을 찾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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