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9860원…올해보다 2.5%↑
업종별 차등 적용 제도 등 제대로 안 다뤄져
소상공인 "고용 유지 불가능…노동 환경 악화"
[데일리한국 천소진, 홍정표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정해졌다. 편의점·외식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등은 더이상의 고용 유지가 불가능해졌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경기 불황에 매출보다 지출이 큰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상승하면 나홀로 장사를 하던지, 가격을 올리던지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19일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620원)보다 2.5% 높은 금액인 986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206만740원으로 지난해보다 5만160원 올랐다.
노동계는 1987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낮고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3.3%보다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외식업을 등을 운영하는 중소·영세기업인들은 "더 이상 고용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최저임금 동결 및 업종별 차등 적용을 촉구해왔던 소상공인들은 이번 인상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업종별 구분적용조차 부결했다”며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다수의 업종이 도미노로 문을 닫는 총체적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24시간 사람이 상주해야하는 편의점들은 인건비 부담에 한숨을 내쉰다.
편의점업계는 이번 인상으로 개별 점포에서 인건비 부담이 20만~30만원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뚜렷한 매출 증대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만 고스란히 늘어나는 셈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고용노동부가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을 고시하지 않았다”며 “법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자영업자가 지불해야 할 최저임금은 주휴수당 포함 1만1832원이며 4대 보험료 포함 1만2900원”이라며 “임금의 20%를 더 지급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최저임금 고시에는 주휴수당을 빼고 발표 하는 건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본사들에 대해서도 “매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거두는 가맹본사들은 정작 그 이익을 만들어준 동업자인 가맹점주의 피해에는 외면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가맹점주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다보니 편의점에 무인기계를 사용하는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4개 편의점 업체의 무인·하이브리드 점포 수는 2019년 208곳에서 올해 상반기 3530곳으로 17배 늘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업종별 차등 지급에 대한 보다 세심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했으나 여전히 구조적인 변화는 없었고 매년 지속되는 인상에 편의점주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러한 부담감 상승으로 무인·하이브리드 매장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외식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올렸지만, ‘런치플레이션’이 왔다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매출은 악화일로다.
이런 가운데 이번 결정으로 인건비 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자영업자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전반적인 임금 상승 수준에 맞춰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노동 강도가 높은 외식업 특성상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에는 주방 1명에 홀 2명 정도 알바를 쓰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임금이 오르면 폐업도 고려해야할 판”이라고 한탄했다.
이에 외식업계에서도 키오스크·서빙로봇 등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요식업 문야 키오스크 운영대수는 2019년 5400여 대에서 지난해 2만1000여 대로 4배가량 늘었다.
카페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상분이 높진 않지만, 점주분들 입장에서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키오스크를 도입하거나 이로도 모자라 본인 인건비를 포기해가며 매장 상주 시간을 늘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