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차세대 전기차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이 한창인 가운데 2030년까지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LIB)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분리막 등 기존 배터리 소재 시장도 당분간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IB의 글로벌 공급량은 올해 687GWh에서 2030년 2943GWh로 급증, 전체 배터리 시장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반면 2030년 전고체 배터리 공급량은 131GWh로 시장 점유율은 4%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주요 구성 요소인 전해질을 안정성 높은 고체 형태로 만들어 기존 LIB 대비 발화 위험성이 낮고 고체 전해질 특성상 양·음극 접촉을 막아주는 분리막 등 안전을 위한 소재들이 필요 없어 에너지 용량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제품으로 평가된다.
이에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주요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전기차를 만드는 완성차 업계까지 전고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파일럿라인 가동에 들어갔으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도 R&D를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2027~2028년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상용화를 위해서는 고가 소재에 따른 높은 생산단가, 황화물계 전고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황화수소 유독가스 발생, 음극 표면에 리튬 결정이 생성되는 덴드라이트 현상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성SDI의 경우 덴드라이트 문제 해결을 위해 무음극 기술을 적용한다.
이 같은 난제들 때문에 실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SNE리서치도 2030년이 돼서야 전기차 실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현재 전기차 시장과 함께 급성장 하고 있는 배터리·소재 시장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로 인한 급격한 판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SNE리서치는 “배터리 시장은 장기간 LIB 위주의 시장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동박, 분리막 같은 기존 LIB의 공급사슬이 장기간 주류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배터리 소재 시장은 분리막이다. 분리막은 폭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도록 막아주면서 리튬이온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필수 소재로 다른 배터리 소재와 달리 중국에 대한 원료 의존도가 낮아 국내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분야다. SNE리서치는 국내 배터리 3사의 분리막 수요만 2030년 100억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SNE리서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이 중국 경쟁사들의 북미 시장 진입에 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WCP 등 전기차 배터리용 습식 분리막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이 북미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용 LIB 분리막 시장은 출하 면적 기준으로 지난해 8억5000만㎡에서 2030년 91억8000만㎡까지 연평균 35%씩 성장, 금액 기준 시장 규모는 2030년 53억1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북미, 유럽, 중국, 아시아, 기타 지역으로 나눴을 때 북미가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분리막이 필요 없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되더라도 당장 전기차 시장 전체를 아우르지는 않을 것이며 가격대 등에 따라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제품 등 배터리 탑재 차종과 구분될 것이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인 사업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