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북미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LIB) 분리막 수요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WCP,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2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용 LIB 분리막 시장은 출하 면적 기준으로 지난해 8억5000만㎡에서 2030년 91억8000만㎡까지 연평균 35%씩 성장할 전망이다.
북미, 유럽, 중국, 아시아, 기타 지역으로 나눴을 때 북미 시장이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평가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7억3000만달러(약 9500억원)에서 2030년 53억1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28%씩 성장이 예상된다.
분리막은 폭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도록 막아주면서 리튬이온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하는 소재다. 배터리 용량 확보를 위해 두께는 얇게, 안정성을 위해 강도는 높게 만드는 기술력이 중요하다.
분리막 제조 방식은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건식은 공정이 간단하지만 리튬이온이 오가는 기공의 크기가 불균일하고 상대적으로 기계적 강도가 약하다. 습식은 기공 크기를 균일하게 만들 수 있지만 공정이 복잡해 상대적으로 비싸다. 습식 분리막의 성능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으며 최근 다양한 소재와 코팅으로 안전성을 더 높이는 추세다.
분리막 사업은 배터리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기간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해 진입 장벽이 높다. SNE리서치는 분리막 공급업체 변경을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의 승인까지 최소 4년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SNE리서치는 SKIET, WCP 등 한국 분리막 제조사들이 북미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에는 승용 전기차용 LIB에 주로 사용하는 습식 분리막 업체가 없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2029년부터 북미 현지에서 분리막을 생산해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IRA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직접 진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글로벌 분리막 기업으로는 한국의 SKIET와 WCP,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스미모토화학, 우베인더스트리, 이밖에 중국의 다수 업체들을 꼽을 수 있다. 3국의 시장 점유율 총합은 약 98%, 이 가운데서도 중국이 약 6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빈자리를 두고 한·일 간 경쟁이 예상되는데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이나 수직계열화 등 경쟁력이 높게 평가된다.
SKIET는 같은 SK이노베이션 계열 배터리 제조사 SK온 등에 분리막을 주로 공급하며 중국 배터리사 신왕다와도 현지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고객사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증평·청주), 중국(창저우), 폴란드(실롱스크) 등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내년 폴란드 4공장까지 완공하면 유럽에서만 총 15억4000만㎡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지만 아직 북미에는 생산 거점이 없다.
SKIET는 2028년 북미 분리막 생산을 목표로 올해 안에 북미 사업 진출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미국, 캐나다 등 후보지를 두고 인센티브, 비용 등을 고려해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겠다는 계획이다.
WCP는 삼성SDI가 주요 고객사다. 분리막 생산·코팅 기술력과 함께 단기간에 많은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광폭생산 설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2월부터 충주 공장 2개 라인에서 분리막 양산을 개시, 2021년 총 6개 라인까지 생산시설이 확대됐으며 올해 8라인까지 추가 증설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WCP의 연간 생산능력은 8억2000만㎡로 충주와 유럽 헝가리 공장 증설까지 완료되면 2025년 생산능력이 총 23억㎡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올해 북미 진출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분리막을 비롯한 배터리 소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LG화학도 도전장을 냈다. 2021년 일본 도레이와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자사의 분리막 코팅 기술과 도레이의 필름 생산 기술을 결합, 올해 안에 공장 가동을 시작해 2028년까지 연 8억㎡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분리막 업체들은 정치적 변화와 상관없이 미국발 모멘텀이 상수”라며 “중국 주요 분리막 업체인 창신신소재와 중재과기는 모두 명백한 중국계 기업으로 FEOC에서 제외되기 힘들다. 따라서 북미 시장은 국내 분리막과 일본계 분리막의 경쟁이 될 것이 명확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