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개점효과에 긴장...수수료 인하 등 이뤄져야 활성화 가능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애플페이는 지난 3월 국내 출시 이후 100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도 카드업계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가장 먼저 도입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에 힘입어 8개 여신금융사 중 실적 3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이용률도 점차 증가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애플페이를 통한 현대카드의 인기를 몸소 실감하고 있는 타 카드사들도 하반기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준비 중이다. 선점 효과로 재미를 본 현대카드의 선례를 따라가겠다는 의지다. 소비자들도 현대카드 독점 형태의 애플페이에 불만을 느끼면서 새로운 카드사의 서비스를 반길 것으로 보인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KB국민카드·BC카드는 최근 애플페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해 오는 9~10월 중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BC카드의 결제 프로세싱을 이용하고 있는 우리카드도 BC카드가 애플페이에 합류하면 애플페이 서비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카드사 중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를 제외하고 은행계 카드사 중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국민카드의 경우 점차 치고 올라오는 현대카드를 막기 위해 애플페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넓은 결제망을 갖고 있는 BC카드도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이용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페이는 아이폰·애플워치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지난 3월 21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애플페이는 건당 0.15%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와의 연계 가능성, 체크카드 실적 등 전반적인 경영환경을 분석해 애플이 먼저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에 제휴를 제안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론칭 당시 비밀 유지에 철저했던 만큼 카드사들은 현재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와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개점효과 끝난 시장 선점 노린다
애플에 결제 수수료를 줘야 함에도 다른 카드사들이 앞다퉈 애플페이를 노리는 이유는 점유율 때문이다. 현대카드가 개점 효과로 재미를 보자 후발주자 중 가장 먼저 서비스를 제공해 이탈하는 고객을 잡겠다는 의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현대카드 개인 회원 수는 1173만명으로 KB국민카드 회원 수(1172만명)를 넘어서며 국내 카드사 가운데 3위로 올라섰다. 신용카드 매출 역시 3월 9조6224억원, 4월 9조5273억원, 5월 10조1582억원으로 매출 폭이 커지면서 3위에 안착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이용 결제 건수도 출시 이후 100일 만에 260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신한·삼성·KB국민에 이어 만년 4위였던 현대카드는 1위와 2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카드업계 전문가도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신한·삼성과의 격차는 크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상황은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이에 신한·KB·BC 역시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간 걸림돌로 여겨졌던 삼성페이 유료화가 무산되면서 삼성페이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업계에서도 현재 보안 문제로 인해 부인하고 있지만 애플페이의 영향력을 확인한 카드사들이 하반기부턴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아닌 타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 검토 소식에 한동안 불편함을 겪었던 소비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 44%가 넘는 신한·KB·우리·BC 4개 카드사 고객들은 빠른 애플페이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카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타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을 촉구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한다. 누리꾼들은 "애플페이를 쓰기 위해 그간 포인트를 모았던 카드를 갈아탈 수 없다", "다른 카드사의 애플페이가 나올 때까지 참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NFC 단말기 보급 확충 등 선행돼야
다만 업계에선 애플페이 진입에 앞서 △결제 편의성 △수수료 조정 등 아직 미비한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플페이가 도입되고 국내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순차적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단말기 보급량에 비해선 역부족이다. 현재 국내 NFC단말기의 보급률은 10%선을 돌파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서비스 확대를 위해선 수수료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사들은 삼성페이가 무료 정책을 유지하는 만큼 애플페이의 수수료율을 현재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상생금융'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섣불리 애플페이 서비스를 단행했다간 반발심을 더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도 수수료 조정을 통해 새 카드사를 유입시키는 게 애플의 수익성 제고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새 카드사와 손잡고 인프라가 확대되면 수익률은 떨어져도 애플이 수수료는 더 많이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