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감원 도입…암행감찰 일종, 평가따라 등급
기업銀 노조 "표본 부족하고 형식적…신뢰성에 의문"
은행권 전반 부정적…"고객 만족도 중점의 평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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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도입한 미스터리쇼핑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에 맞닥뜨렸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겠다는게 도입의 목적이지만, 현장에선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신뢰성에도 의문이 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연말까지 금융사(은행, 증권, 보험 등)를 대상으로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한다. 미스터리쇼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제도로 일종의 암행감찰이다.

고객으로 가장한 미스터리쇼퍼가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의 서비스 수준 등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금융사를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저조로 등급을 매긴다. 

금감원은 공정성·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전문기관의 인력에 미스터리쇼핑 과정을 위탁한다. 또 평가 결과는 시장에 공표하고 판매사례도 공유해오고 있다. 금융사가 갖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목적이나, 정작 영업점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객과 직원 모두 불편하다는게 주된 내용이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미스터리쇼핑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담은 영상을 제작한 바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영상을 통해 미스터리쇼핑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만으로 충분하며 표본이 부족하고 형식적이라 신뢰성에도 의문이 생긴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미스터리 쇼퍼가 아닌 일반 고객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고, 함정조사 자체로 노동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금소법은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법이다.

금융상품판매업자, 자문업자 등은 소비자에게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 판매원칙을 지켜야 한다. 노조는 원칙 중 '설명의무'가 직원의 업무 비효율성을 초래한다고 짚고 있다.

만약, 소비자가 설명을 요청하면 판매자는 상품 주요 내용을 알려야 하는데 설명만 약 1시간~1시간 30분 걸리기 때문에 다른 일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스터리쇼핑 기간에는 직원의 업무가 그만큼 가중되며, 이 설명을 기다리는 다음 고객에게도 불편을 초래할수도 있다는게 주장의 요지다. 

기업은행 노조는 앞으로 금소법 개정안의 입법과 미스터리쇼핑 폐지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부정적인 시각은 노조 이외에도 은행권 내에선 중론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은행 내 영업 관계자들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없애자는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벼룩(불완전판매)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은행 영업점)을 태우는 격'이라는 과격한 발언도 나온다. 과도한 조치라는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상품 내용을 고객들에게 고지를 해야하는데, 이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라며 "은행 입장에선 영업의 효율성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으며, 고객들도 짧은 시간에 (상품의)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스터리쇼핑은 다른 업권에서도 실시하는 보편적인 제도나, 은행은 다른 업권과 달리 돈·자산을 다루기 때문에 직원들이 느끼는 부담은 타 업권에 비해 더 클 수 있다"라며 "미스터리쇼핑말고도 상품 판매 과정상 고객의 만족도를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스터리쇼핑은 관련법에 근거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미스터리쇼핑을 통해) 영업현장 내에서의 관행, 판매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내용은 결국 제도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라며 "(영업점이 느끼는 부담에 대해선) 듣고 있는 상황으로, (영업점에) 최대한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고객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피하는 등 매뉴얼에 따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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