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의 2조원대 장갑차 공급 사업을 따내는 등 한화그룹의 방산 성과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형 궤도장갑차 ‘레드백’을 앞세워 호주 정부의 보병전투차량(IFV)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레드백은 호주군 현대화 사업 ‘랜드(LAND) 400 페이즈3’ 보병전투차량 평가에서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에이젝스’, 영국 BAE시스템스의 ‘CV90’,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와 경쟁했고 2019년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링스를 제치고 호주군 차기 전차로 낙점됐다.

이번 사업은 호주군이 1960년대에 도입한 미국제 ‘M113’ 장갑차를 교체하기 위한 사업으로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한화는 호주군에 2027년 하반기부터 레드백 129대를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약 24억호주달러(약 2조676억원)로 알려졌다.

이번 성과에 대해 한화 측은 우리 정부의 글로벌 외교와 육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방산 기업 최초로 자체 기획한 ‘수출형 무기체계’가 선진 방산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드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출용으로 최초 기획·개발한 무기체계로 통상 국내 군의 소요에 맞춰 개발하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해외 수출을 목표로 상대국이 요구하는 사양을 빠른 시일 내에 맞춰 전략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파병이 많은 호주군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전차미사일 방어체계, 스텔스 기능 등을 적용했다.

최종 계약이 이뤄지면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생산된다. H-ACE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형 K9 자주포 ‘헌츠맨 AS9’과 탄약운반차 ‘AS10’을 생산하는 곳으로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8월 폴란드와 K9 자주포 212문, 다연장로켓 ‘천무’ 등을 공급하는 총 8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이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레드백도 충분한 성능을 입증 받은 만큼 호주에 이어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 지역에서까지 추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란드는 현재 자국산 경량 장갑차 ‘보르숙’ 약 1400대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무기체계로 중형 장갑차인 레드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에 “레드백 테스트 중”이라며 보르숙과 레드백 사진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루마니아는 2031년까지 장갑차 246대를 구매하고 이후 52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지난 2월 루마니아 국영 방산업체 롬암과 무기체계 공급·활용·유지보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상호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핵심 계열사다. 그룹 사업재편을 통해 지난해 한화디펜스에 이어 올해 4월 한화방산을 합병, 항공·우주·방산 사업 통합사로 출범했다. 

올해 2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은 매출 1조7981억원, 영업이익 831억원으로 한화방산 실적 반영에 따라 방산 사업에서만 매출 6001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0%, 58%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반기 이후에도 폴란드향 K9·천무 등 추가 성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화그룹은 또 지난 5월 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한화오션을 출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까지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사업체계를 구축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사업예산 8334억원 규모의 해군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3 5∼6번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한화시스템도 지난 4월 필리핀 2400t급 연암경비함(OPV) 6척에 국산 함정 전투체계(CMS)를 공급하는 2950만달러(약 39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속적인 방산 성과 창출을 위한 투자도 이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인기에 이어 유인기까지 전투기 엔진 소재 국산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시스템은 경북 구미 약 8만9000㎡ 부지에 무인체계, CMS,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통합전장시스템, 전자광학, 항공전자, 레이다 등을 생산하는 자가 신사업장 구축에 나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우방국의 국가 안보 강화를 통한 세계 평화와 국제 정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K방산의 해외진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