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경찰이 온라인 상에 이른바 ‘살인예고’ 글 작성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모방 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짐에 따라 실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용의자에게도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흉기난동' 글 작성자 119명을 검거, 이 중 11명을 구속됐다. 법원 역시 실제로 살인 범행에 착수하지 않은 글 작성자의 구속영장도 속속 발부하고 있다.

구속 사례를 보면 우선 불특정 다수가 아닌 범행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경우 법원이 상당 부분 구속 사유로 인정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24일 온라인 채팅방에서 성범죄와 살인을 예고한 A(33)씨를 구속해 지난 2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의 경우 글에서 피해자와 주거 지역을 특정해 지목하는가 하면 흉기를 사진으로 찍어 함께 올렸다가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범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경우도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일 수감된 허모(19)씨의 경우 엑스(구 트위터)에 “타겟 1순위는 경찰”이라며 범행 대상을 지목한 뒤 “식칼 꺼내서 달려들어 죽여버릴꺼거든”이라는 글을 게시했다가 지난 6일 구속 수감됐다. 

실제 허씨는 지난 4일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꺼냈다가 체포됐다 경찰은 허씨에게 살인예비와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범행 대상과 장소를 적었다가 구속된 사례도 있다. B(19)씨는 지난 4일 한 유튜브 영상에 "나도 곧 놀이동산에서 일가족 타깃으로 칼부림하려 한다”란 댓글을 썼다. 경찰은 전국 놀이동산과 유원지 등에 인력이 대거 투입된 점을 감안, B씨에게 협박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살인예고’ 글 작성자들은 대부분 조사에서 "장난으로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 방법이나 대상 및 장소 등 구체적으로 적시,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한 경우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다수 받아들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로운 판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살인예고 글 작성자를 강도 높게 수사 중"이라며 "사례마다 범행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따져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