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판분리' 위해 연이은 자회사 설립
모집시장서 판매 경쟁 유리한 고지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우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업계 불황 등의 위기를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으로 극복하고 있다. GA 설립을 통해 생명보험사들은 보험 모집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심화되는 판매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도한 비용지출 경쟁과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GA 시장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회사형 GA는 2004년 최초 설립된 이후 이달 기준 14개 보험사에서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자회사 설립 추세가 가속화됐다.
GA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특정 회사의 상품이 아닌 대부분 손보사나 생보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보험 백화점'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21년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한 한화생명은 지난 1월 GA 피플라이프를 인수했다. 한화생명의 GA 자회사는 한화라이프랩을 포함해 총 3개 사로 보험설계사는 2만5000명에 달한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20일 GA 자회사 HK금융파트너스를 세웠다. 지난 5일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HK금융파트너스는 1300명 설계사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AIA생명도 자회사형 GA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자사 GA를 운용하고 있으며 최근 약 1200여명의 설계사가 소속되어 있는 CS라이프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한라이프 역시 GA인 신한금융플러스의 영업조직을 확정했으며 라이나생명, 동양생명, KB라이프생명 등도 GA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한 회사에서 자사 제품만 파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아무래도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파는 게 회사나 소속 설계사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저출산·고령화에 침체된 보험사의 해법
생보사들이 연이어 GA를 설립하는 이유는 업계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보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전속 설계사들의 이탈 역시 가속화됐고 여러 회사의 상품을 팔 수 있는 GA의 영향력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보험연구원이 내놓은 '자회사 형 GA 시장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의 설계사 정착률은 지난해 기준 39.0%에 그쳤다. 생보사의 대면 영업 매출 비중이 초회보험료 기준 99.3%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여전히 설계사가 영업하는 대면 채널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들은 계속된 설계사 이탈에 GA 설립 필요성을 인지했고 상품설계와 제조는 모회사가 맡고 판매는 자회사(GA)가 담당하는 '제판분리' 형식의 운영을 늘리고 있다.
실제 전체 GA 소속 설계사 중 대형사 설계사 인력 비중은 지난 2015년 58.2%에서 지난해 74.7%로 8년간 16.5%포인트 증가했다. 또 대형 GA 중 적자기업 비중은 지난 2018년 17.6%에서 지난해 29.3%로 4년 12.3%포인트 늘었다.
또 생보사들은 GA를 통해 실적방어에도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자회사 GA가 거둬들인 전체 수수료 수입의 74.9%가 모회사에서 나왔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 모집시장에서 GA 채널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영업조직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 소비자 피해 막기 위한 노력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보험시장의 중심축이 GA로 몰리면서 인력 확보를 위한 GA 업체 간 과도하거나 무분별한 경쟁이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연구위원은 "GA 업체의 비용지출 경쟁과 설계사의 잦은 이동은 불완전판매나 승환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제판분리 환경에서는 상품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객관적·중립적 위치에서 추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수·합병(M&A)을 통한 중소업체와 대기업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