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생명 과도한 인력 빼가기 논란
경쟁력 악화 우려에 보험사들 걱정
승환계약 등 소비자 피해 가능성도

AIA생명 본사. 사진=AIA생명.
AIA생명 본사. 사진=AIA생명.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최근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인 'AIA프리미어파트너스'를 출범한 AIA생명이 지난 한 달간 400명이 넘는 설계사를 끌어모으며 스카우트 논란에 휩싸였다. 4배 이상 높은 정착지원금을 통해 과도한 '인력 빼가기'로 업계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것.

AIA생명은 영업조직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과 업계에선 이러한 리쿠르팅 정책이 보험사 전반으로 확산되면 승환계약 유도로 인한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스카우트 방식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출범한 AIA프리미어파트너스는 지난 8일 설계사 400여명을 신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소한의 대형 GA 설계사 인원 기준인 500명에 가까운 숫자다.

업계에선 이러한 AIA프리미어파트너스의 움직임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체로 신규 GA들은 자회사의 설계사들을 이동시키지만 대규모 스카우트를 통해 다른 GA에서 영입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GA업계 관계자는 "한꺼번에 저렇게 많은 수의 설계사를 모집하는 건 쉽지 않다"며 "한정된 인원을 데려가는 만큼 어려움을 겪는 GA 역시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AIA프리미어파트너스가 활동력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부당 스카우트'가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실제 AIA프리미어파트너스는 경력직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며 연봉의 최대 200% 수준까지의 정착지원금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IA생명 측은 "400명의 설계사가 등록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 200% 이상의 정착지원금을 받은 설계사는 1%가량의 극소수다"라고 해명했다.

AIA생명의 해명에도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자 업계 관계자들은 AIA프리미어파트너스 초대 대표로 선임된 공태식 대표의 공격적인 영업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굿리치에서 영업조직을 총괄했던 공 대표는 초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설계사 모집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굿리치에 근무하던 수백명의 설계사들은 최근 AIA프리미어파트너스로 이직했다.

◇ 경쟁력 악화·보험사 양극화 가속화될 수도

연이은 설계사 이탈에 보험업계에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경력직 보험설계사가 이탈하면 설계사가 관리하던 고객까지 뺏길 수 있는 만큼 경쟁력도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자회사 GA 설립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스카우트가 계속되면 보험사 양극화도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GA업계 관계자는 "GA들의 경우 능력 좋은 설계사의 이직을 막을 방도가 없다"며 "계속 이런 식의 이직이 많아지면 피해를 보는 건 보험사들과 소비자다"라고 말했다.

설계사 영입을 위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AIA프리미어파트너스의 설계사 영입 과정에 법적 위반 소지가 없었는지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정위 제소 시 AIA생명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AIA생명은 지난 2012년에도 부당 스카우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AIA생명은 메트라이프의 설계사를 대규모로 영입하면서 손해배상으로 6억원을 지급했다.

보험사들의 볼멘소리가 커지자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은 '리쿠르팅 자율협약'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리크루팅 자율협약은 GA들의 설계사 영입 경쟁 과열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골자는 경력직 설계사에 대한 정착지원금을 초년도 판매수수료 상한제도(1200% 룰)에 포함해 운영하는 것이다.

김 협회장은 지난달 7일 취임식에서 "판매채널 측면에서의 소비자 신뢰 개선방안으로 보험대리점협회가 모집 질서 자율규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열렸던 보험설계사 시험.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열렸던 보험설계사 시험. 사진=연합뉴스.

◇ 소비자 피해 우려에 금융당국도 예의주시

금융당국은 설계사들의 대규모 이동이 '소비자 피해'로 귀결될 수 있는 만큼 이번 AIA프리미어파트너스 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설계사 리크루팅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가면 불법 승환계약, 불완전 판매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승환계약은 보험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옮길 때 기준 관리하고 있던 고객 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보험계약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례처럼 설계사들이 수백명 대거 이탈하는 경우 소비자들의 보험까지 무리하게 승환을 유도하는 불완전판매가 무더기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 같은 리쿠르팅 방식은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후에 승환계약 유도 등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의 피해여부를 파악해 현장검사 등을 고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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