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도아 기자]
나이 육십넘어 자유를 찾아 떠난 세 자매가 있다.
오늘(9일)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에서는 '엄마들의 해방일지' 편이 방송된다.
4년 전,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너구마을에 세 자매가 왔다. 황계순(68), 필순(65), 연순(63)씨 자매는 왜 이 깊은 산골마을에 찾아온 걸까?
네 자매 중의 둘째 계순씨는 일 때문에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홀로 1남 1녀를 키웠고, 셋째 필순씨는 시누이 셋을 시집보내고, 식당을 운영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넷째 연순씨는 미술교사도 그만두고 남편의 사업을 도왔다.
가족에게 헌신하며 긴 세월을 보낸 세자매, 가족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환갑을 훌쩍 넘겼고 그녀들에겐 혹독한 갱년기가 찾아왔다.
무기력감을 느끼고, 어떤 취미생활을 해도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없던 중 막내 연순씨가 언니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내밀었다.
연순씨가 보여준 것은 산속의 다 쓰러져가는 폐가였다. 우거진 수풀에 집은 보이지도 않았고, 곰팡이 냄새만 심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집은 어디하나 성한 구석이 없었지만, 세 자매는 직접 집수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구멍 숭숭 뚫린 벽을 황토를 개어 메우고, 오래 방치된 지붕을 뜯어내고 서까래는 살렸다. 그리고 포크레인까지 직접 배워가며 3년에 걸쳐 세 채의 집을 고쳤고, 자매가 꿈꾸던 그림같은 집이 완성됐다.
이제는 가족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로 한 세 자매. 시골살이 질색하는 남편들은 굳이 오라고 하지 않고, 가끔씩 도시 집으로 가 청소와 요리를 해주며 안부를 확인한다.
의기충천한 자매들은 깊은 산속에 밭을 일궈 친환경 과수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는 사과농사를 배우고 직접 6000평의 밭을 얻어 도전했지만 결과는 무참히 실패. 세 자매는 포기하지 않고 산중 밭에 거름을 쏟아 붓고 돌을 고르며 박토를 옥토로 만들어 간다.
한편, 세 자매에게는 늘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뇌출혈로 쓰러져서 재활병원에서 치료중인 큰 언니 영례(74) 씨다. 자매들은 언니를 위한 자리를 비워두고 네 자매가 함께할 날을 꿈꾸며 나아간다. 나이 육십넘어 만든 엄마들의 해방구에는 오늘도 자유와 행복이 꿈틀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