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교수 "이 회장 철두철미한 인물, 컬렉션 보면 알 수 있어"
"한국 미술사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겠다는 의도 느껴"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철두철미한 인물이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이 선대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예술작품 2만3000여점을 보면 이를 수집한 이 선대회장이 철두철미하고 근본으로 파고 들어가는 성향이 강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기조연설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업의 본질이 뭐냐,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와 같은 이 선대회장의 근본적인 질문이 결국 신경영선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30년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선대회장이 한 신경영선언이 오늘날까지 효력을 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일견 타당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업의 본질을 보려고 했던 이 선대회장의 정신은 남아야한다"고 말했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캠핀스키 호텔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압축되는 신경영선언을 했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그의 아버지인 이병철 창업회장의 예술작품 수집 역량을 보완하고 레퍼토리를 확장해갔다는 점이 삼성의 신경영과 맞닿아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병철 창업회장은 청자 위주로 수집을 했다"면서 "이 선대회장의 경우 백자를 좋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기증한 예술작품을 보면 이 선대회장은 한국 미술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겠다는 뜻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선대회장은 70년대에 매일 2~3시간씩 예술작품 수집과 관련된 일을 했다"며 "오후에 퇴근하면 전문가를 불러 수업을 듣고 이중섭 그림과 같은 작품을 보러 가고 또 이를 일괄 구매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도움도 받았다며 이 점이 아버지인 이 창업회장과 다른 점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삼성의 변곡점에는 이건희라는 시대 요청이 있었다"며 "삼성은 이제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퍼스트무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