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오는 27일은 삼성의 ‘이재용 경영’이 본격적으로 개막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지난해 10월 27일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일성은 “더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이후 1년 동안 이 회장은 기술과 인재, 투자, 동행, 글로벌 등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회장 재임 기간이 짧은 만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룩한 업적을 빗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회장 스스로도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언급하며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차별화된 사업 전략을 꿈꾸지만 취임 당시에도, 1년이 지난 지금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못할 만큼 대내외 경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에 따라 재계는 이 회장이 취임 1주년인 이번엔 부친의 ‘제2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경영 구상을 내놓을지 주목한다. ‘초일류 삼성’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만년 2인자’였던 SK하이닉스에 밀렸고, 1분기에는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업계 라이벌인 LG전자에 영업이익이 뒤처지는 굴욕을 맛봤다.
이 회장이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전례 없는 위기를 벗어날 새로운 ‘뉴삼성’ 구상을 공개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삼성의 주력은 누가 뭐래도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 사업이다. 하지만 계열사 중 ‘큰형’ 격인 삼성전자는 위기에 처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대에 머물렀다. 3분기에는 2조4000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D램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올 4분기를 포함해도 사실상 작년 영업이익인 43조3770억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래 신사업 육성이 과제라는 진단이다. 주력인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고 있고 대신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신사업 분야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반도체에 이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대표적인 분야는 바이오다. 이 회장은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지난 2010년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정한 삼성이다. CDMO(의약품 위탁생산·개발)와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양대 축으로 삼았다.
이외에 일찌감치 6G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차세대 통신 분야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삼성전자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셀룰러 장비의 테스트를 위한 전파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을 목표로 6G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초격차’를 다질 돌파구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거론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의 주요 의사결정 체제로는 그룹의 명운을 결정할 판단력이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삼성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했다. 대신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고려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주도할 수 있는 별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도 문젯거리로 언급된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 관련 거의 매주 재판정에 출석하고 있다. 2020년 9월 기소된 뒤 3년 넘게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해당 재판부는 이르면 다음 달 1심 판결을 낼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과 이 회장 측 입장이 팽팽해 대법원 최종 판결로 갈 가능성이 크다. 재판을 수년 더 받으며 향후에도 사법리스크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