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서민들이 죽는다"면서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 발언에서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시키면 (반대 측에서) 아우성"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다 보니까 참 쉽지 않다"며 "결국은 돈이 드는데 정부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 물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초 전두환 정부 청와대에서 물가 관리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경제 정책의 기틀을 세운 고(故) 김재익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전 비서관은 당시 물가 안정화 정책의 대명사로 꼽힌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엄청났다"면서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정계에서도 있었지만, 정부가 가장 먼저 재정을 딱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불요불급한 것을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이 절규하는 분야에 (예산을) 재배치해야 하는데, (정부 지원금을)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며 "'탄핵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하려면 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금 같은 정치 과잉 시대에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고, 선거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하고 어려운 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며 "어제(10월31일) 시정연설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했다. 어떻게 보면 서민들이 정치 과잉의 희생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건전재정은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라면서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재차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회의가 열린 마포는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선언한 계기가 된 곳으로, ‘초심’을 다지는 의미도 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회의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를 가진 국민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생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들이 회의에 직접 참여해 핵심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견을 밝히는 형태다. 이는 지난달 여당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의미에서 추진됐다.
윤 대통령 "재작년 6월29일 제 정치 선언문 첫 페이지에 마포 자영업자 이야기가 나온다”며 “여기를 다시 와 보니까 저로 하여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선언문에는 “도대체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것이냐. 국가는 왜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냐”고 묻던 해당 자영업자의 발언이 소개됐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일단 국민들이 못 살겠다고 절규하면 그것을 바로 듣고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대통령인 제 책임,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여러분들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