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지위 유지와 CCS 저장고 확보로 해저자원 영토확장 도모
예타규모 2030년까지 2조...2030년 2억3천만톤 규모 CCS 사업 밑거름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동해가스전을 탄소포집저장(Carbon Capture Storage 이하 CCS) 기지로 새단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산유국’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곳이기도 한 동해가스전은 이제 CCS 기지로 탈바꿈하며 해저자원 영토확장을 위해 기획된 '광개토 프로젝트'의 시발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2일 석유공사의 ‘CCS 사업 추진현황’에 따르면 폭염·폭우·태풍이 반복된 올 여름을 겪고서도 국내서는 여전히 CCS의 중요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다.
CCS는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저장하는 장소다. 지하 암반층에 결정이 되도록 고온고압으로 이산화탄소를 밀어넣어 영구저장하는 기술이다.
한때 CCS용 지하 암반층을 유전, 가스전 탐사와 별도로 탐사했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 최근엔 원유나 가스를 다 뽑아낸 폐광구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엑손모빌의 슈트 크릭 가스전(Shute Creek Gas Plant), 캐나다 소재 사스크파워와 쉘의 사스크파워 바운더리 댐(Saskpower Boundary Dam)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한국에서 CCS 사업의 업력은 2010년까지 거술러 올라간다.
정부는 2010년 7월 세계적인 CCS 기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가 CCS 종합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2013~2017년 포항분지 해상 중소규모 CO2 저장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16년엔 국가 CCS 종합 추진계획 이행점검이 이뤄지기도 했다. 점검 결과 CCS 관련 법제와 네트워크, 투자만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을 뿐 관련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4월 'K-CCS 추진단'을 발족했다.
동해가스전 CCS 실증사업은 파일롯 테스트에 머물렀던 국내 CCS사업을 상업용까지 확대시키는 것이 목표다. CO2의 저장 규모가 연간 120만톤으로 연간 1만톤 수준인 포항분지 CCS 사업과 차이가 크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는 2021년 4월~2023년 12월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통합실증 모델 개발’ 실증사업 개념설계를 수행했다. 개념설계가 완성되면 ‘동해가스전 활용 실증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동해가스전 활용 실증사업은 말이 실증사업이지 CO2 저장규모만 놓고 보면 상업용(commercial)이다. 예타 규모가 2030년까지 2조 원에 이르지만 상업용 규모의 CCS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면 2030년 2억3000만톤 규모까지 성장할 CCS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석유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에 1200만톤의 CO2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악했다. CO2를 주입할 때 다양한 누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저장층·덮개암 파쇄에 의한 누출, 단층 재활성화에 의한 누출, 해저면에서의 누출, 주입정 설비 파괴에 의한 누출 모두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상하부에 CO2 저장이 가능한 대염수층 4~5개소와 인근에 2개소의 신규 저장소도 확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인접해역을 권역별로 탐사해 CCS 사업 후보지를 발굴할 계획이다.
나아가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CCS 실증사업을 ‘광개토 프로젝트’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
'광개토 프로젝트'는 석유공사가 수립한 향후 10년간의 국내 대륙붕 탐사계획으로 해외자원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석유공사는 ▲국내 유가스전 개발을 위해 2D/3D 물리탐사 자료를 취득하고 ▲국내 대륙붕에서 24개의 탐사공 시추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연간 480만톤에 달하는 동해가스전 외 추가 CCS 저장소를 발굴할 계획이다.
'광개토 프로젝트' 이름 아래 서남해권 유전과 CCS 저장소를 탐사하며 자연스럽게 해양주권을 확보하고, 제2 동해가스전을 발견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석유공사의 생각이다. 이와 동시에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해양저장소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CCS 시장은 연평균 14%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5000만 톤에 못미치는 규모이지만, 2030년 경 2억3000만톤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20억톤 규모의 저장소가 추가로 필요한만큼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CCS 실증사업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밑거름으로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