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인수합병 후 내년부터 지주사 전환 청사진 발표
2000억 증자 받고는 배당·명칭사용료로 1200억 반환
실탄 없는데다 자본건전성 해결되지 않아 당분간 지연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이 곧 취임 1년을 맞는다. 강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비은행 자회사를 인수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비은행 자회사 인수합병(M&A)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특히 강 행장은 임기가 내년까지인데, 임기 동안 금융지주사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에 반해 시간에 쫓겨 빈껍데기 회사를 덜컥 인수하기 보다는 알짜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돌다리 두두리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행장이 오는 17일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강 행장은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비은행 자회사를 인수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수협은행은 자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해 말 은행장 직속으로 '미래혁신추진실'을 만들었다. 미래혁신추진실을 중심으로 자회사 인수 작업이 진행된다.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미래혁신추진실 산하에 자산건전화추진단을 신설했다.
수협은행은 앞서 올 2분기까지 금융지주사 인가 신청 요건 충족을 위한 비은행 자회사 M&A을 진행하고, 3분기부터 지주사 설립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올해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협은행이 비은행 자회사를 인수해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금융권에선 수협은행이 자본 건전성 문제까지 놓여있는 상황에서 인수 자본 여력이 부족해 비은행 자회사 인수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수협은행은 M&A 실탄 마련을 위해 수협중앙회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조달받은 바 있다. 이어 이익잉여금도 내부 유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수협은행은 중앙회에 배당과 명칭사용료 명목으로 1200억원을 줬다. 이는 전년 대비 24.7%(238억원) 급증한 규모다.
특히 수협은행은 자본 건전성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협은행의 올 2분기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62%이다. 1분기(14.64%)보다 1.02%포인트 하락했다. 수협은행의 2분기 BIS자기자본비율은 규제 수준인 10.5%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평균(16.8%) 대비 3~4%포인트 낮다.
향후 수협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자본 건전성 지표는 매우 중요하다.
수협은행은 현재 자산운용사와 캐피털을 우선순위로 두고 M&A를 추진 중에 있다. 운용사와 캐피털의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수협은행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부담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을 조달해 인수를 한다고 해도 운용사와 캐피털의 부실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수협은행이 올해 중으로 비은행 자회사를 인수해 내년부터 지주사 전환을 본격화하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 특히 강 행장의 임기 만료가 내년 11월 17일까지인 상황에서 향후 1년 안에 비은행 자회사 M&A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켜 지주사 전환에 들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협은행이 현재 무리하게 M&A를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며 "금융시장이 현재 매우 불확실해 운용사나 캐피털을 인수한다고해도, 부실 우려를 잠재울만한 자본을 또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