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중소형 증권사 상대 인수 타진했으나 모두 불발
내년 인수 가능성 높아...부동산PF에 취약해 몸값 낮아질 것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최근 우리종합금융의 유상증자와 여의도 이전 등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사 인수 관련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몸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 인수가 점 쳐진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종합금융은 17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증자를 통해 기존 6000억원 규모였던 우리종금은 자기자본 1조원을 넘겨 자기자본 순위가 10위권대로 진입하게 된다.
김응철 우리종합금융 대표는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약이다"라며 "앞으로 단계적 자본확충을 지속 추진하면서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과 시스템 등을 확충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종금은 본사를 서울 중구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여의도역 인근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우리종금의 여의도 이전을 증권사 인수를 위한 네트워킹 강화 목적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5일 우리금융그룹은 투자정보 플랫폼인 '원더링'을 출시했다. 증권사가 없는 상태에서 종목토론방 성격의 서비스를 출시한 것에 대해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둔 우리금융이 투자정보 플랫폼을 먼저 구현해 출시까지 해낸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3년 민영화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우리투자증권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과거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조4500억원으로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2위였다. 자기자본이 1조원이 채 안된 NH농협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자기자본 1위로 올라섰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현 우리금융 회장인 임종룡 회장이다. 공교롭게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던 임 회장이 우리금융의 지휘봉을 잡아 증권사 인수를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올 3월 임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증권사 인수 계획이 있고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은 꾸준히 중소, 중견 증권사를 상대로 인수 의향을 밝혀왔다. 지난해부터 유안타증권, 한양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다양한 증권사들과 실제로 협상을 진행했거나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안타증권은 오히려 모기업인 유안타금융그룹이 지분을 사들였으며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대주주인 LS그룹이 최근 대주주 변경을 신청하는 등 행동에 나서 인수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한양증권과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 모두 우리금융의 인수와 무관하며 진행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에 대해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내내 제기됐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려가 내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돼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다올투자증권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향후 이같은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이 악화될 경우 몸값이 싸지기 때문에 우리금융이 인수하기 수월해진다.
다만 OK금융그룹, 수협은행 등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OK금융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부업을 빠르게 정리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협은행 역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증권사를 포함한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