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저지연 위해 로직과 메모리간 수직적층 기술 확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시대 맞춰 메모리 기술 변화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반도체에서 수직 적층기술이 급부상한다. 로직과 메모리를 수직 배열해 전기신호 전달 경로를 짧게하는 방법이다. 전력소모가 낮아지면서 데이터처리 속도가 빨라져 생성형 AI와 같은 고성능 작업에 적합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로직과 메모리를 수직 적층하는 구조의 '저지연성와이드I/O(LLW) D램'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내년말 양산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갈 경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위에 바로 적층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모바일 D램보다 훨씬 많은 입·출력(I/O)을 확보하기 위해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이 필수로 활용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TSV는 상층과 하층에 있는 칩에 수직으로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복잡한 와이어가 불필요해진다. 또 전기신호 전달 경로가 짧아져 고속 데이터 처리에 유리하다. D램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3DS(3D stacked memory)에 TSV가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되면 LLW를 통해 기술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업계에선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스템반도체 성능과 견줘 오늘날 메모리반도체 성능이 이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 메모리의 큰 성능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삼성전자의 LLW가 애플의 '비전프로'와 같은 혼합현실(MR) 헤드셋에 들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 6월 공개된 비전프로에 LLW를 공급했다.
다만 여기선 LLW를 로직과 수직으로 붙인 게 아니라 수평으로 연결했다. 오늘날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HBM도 로직에 수평으로 배치되는 형태다. 비전프로에 탑재된 SK하이닉스 LLW의 I/O 개수는 512개다.
업계 관계자는 "로직에 D램을 바로 붙이는 건 캐시(cache) 메모리가 가질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애플의 XR 헤드셋이 초기 단계를 지나면 애플은 LLW 공급업체를 반드시 이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와이드I/O 방식 D램은 스마트폰이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헤드셋 시장에서 대표적인 '니어(near) 메모리'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스마트폰에 대중화되기 위해선 공정에 드는 비용을 크게 낮춰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2014년 고대역폭 확장 기술을 적용한 와이드IO2 모바일 D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업체에 실제 공급을 하진 못했다. 스마트폰 AP와 와이드IO2를 연결할 때 드는 공정으로 인해 비용이 크게 상승했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도 2011년 모바일용 와이드IO D램 개발에 성공했다. I/O 수는 512개로 당시 최신 모바일 D램 대비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소비전력을 8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김구영 삼성전자 AVP(어드밴스드패키징) 공정개발팀장은 지난 8일 진행된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심포지엄'에서 "로직과 메모리가 수직으로 실장되는 방식은 저전력·저지연의 이점을 갖춰 앞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라며 "대역폭을 늘리는 게 기술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