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이자 글로벌 배터리시장 선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며 새 사령탑을 세웠다. 지금의 위치를 일궈낸 권영수 부회장의 용퇴와 함께 날로 격화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이사회를 열고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하고 최승돈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24명에 대한 임원 승진안을 결의했다. 이번 승진 인사는 글로벌 전기차시장 수요둔화 등 경영환경을 고려해 전년도 29명 대비 축소됐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사업의 지속 성장 및 미래 준비를 위해 제품 경쟁력 강화, 품질 역량 고도화, 선제적 미래 준비 관점의 조직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 ‘44년 LG맨’ 권영수 부회장 용퇴…“젊은 리더십 필요”
이로써 2021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어왔던 권영수 부회장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게 됐다. 1979년 LG전자 입사 이후 지난 44년간 LG그룹의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통신, 에너지솔루션 등 주력 사업을 이끌어온 그는 미래를 위해 젊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배터리 기업으로 키워내고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재임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BMW, 혼다, 테슬라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 대부분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격전지인 북미에 업계 최다 생산기지를 구축,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8.1%의 점유율(SNE리서치 집계, 올해 1~9월 기준)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는 권 부회장이 “목표와 꿈은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는 것. 재임기간 내 이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밝혀온 바를 지킨 것이다. LG화학·디스플레이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그의 LG에서의 마지막 업적이기도 하다.
◇ “전문성과 창의적 융합 리더십으로 내실 다지는 기회”
신임 CEO로 선임된 김동명 사장은 1998년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R&D(연구개발),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 사업 전반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확보하고 있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2014년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는 등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사업부문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특히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으며 주요 고객 수주 증대, 합작법인(JV) 추진 등 시장 우위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생산 공법 혁신,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으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에 큰 성과를 거둔 인물로 평가된다. 1969년생으로 업계 ‘젊은 피’인 그는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단 3년 만에 CEO 자리에 앉았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시기를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배터리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 창의적 융합을 이끌 젊은 리더십을 보유한 김동명 사장이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승돈 자동차개발센터장의 부사장 승진도 눈길을 끈다. 금속·재료공학을 전공한 그는 김 사장의 대학 후배로 LG화학에서 2018년 자동차전지 개발센터 셀개발담당, 2020년 전지사업본부 기술센터 자동차제품기술담당을 거쳐 2021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에서 고객사 니즈와 시장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제품 전략 수립과 선행 제품 경쟁력 확보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LG에너지솔루션이 젊은 사령탑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배경에는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배터리 공급 과잉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깔려있다.
특히 CATL이 올해 1~9월 기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공동 1위에 오르는 등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가격 우위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본격화 되면서 본원적 사업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전기차 배터리 분야 전문가 중심 체제 전환은 그간의 외연 확장에 이어 제품·기술력 중심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의 경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주도해온 LFP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