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소문은 사실이었다. 높은 몸값과 얼어붙은 업황으로 인해 HMM 인수에 부담을 느낀다던 LX그룹이 결국 인수전에서 철수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주 진행된 HMM 채권단의 지분(57.9%) 매각 본입찰에 인수적격 후보였던 LX인터내셔널이 불참했다. LX인터내셔널은 HMM 인수를 준비하던 LX그룹의 주축 계열사다.
LX그룹은 지난 9월 예비입찰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초반부터 HMM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해온 하림그룹과 동원그룹과 달리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인수전을 진행해왔다.
회사의 경영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순차입금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세 회사 중 가장 낮아(LX인터내셔널 1조1101억원, 동원산업 2조1374억원, 하림 4조4376억원)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이는 의외의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자연스레 LX그룹에 의문을 품은 이들이 많았고, 인수전을 둘러싼 소문도 불거졌다. 본입찰 2주 전부터 ‘인수전에서 발을 뺀다’는 얘기가 나오는 한편 입찰에 참여하되 ‘형식적으로 가격을 적게 써낸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보도도 난무했다.
그럼에도 LX그룹 측은 마지막까지 본입찰 참여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다가 결국 발을 뺐다. 이와 관련해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시장 상황, 경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 판단하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본입찰에 아예 불참한 LX측에 아쉬움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입찰가가 주목받는 본입찰 이후 진행되는 정성평가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평가에는 인수자금 조달 계획, 인수 뒤 경영계획, 해운업 종합 발전 계획 등이 중점적으로 검토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 달여 간의 정밀 심사에 참여하며 입찰 가격만 올려놓고 빠진 모양새”라고 힐난했다.
높은 입찰 가격은 매각의 유찰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본입찰에 참여한 하림과 동원은 부족한 자금을 인수금융(대출)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연 8% 수준의 고금리 시대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등 HMM의 몸값이 높아질수록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