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국회 여야가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내년 예산안을 놓고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
여야는 정기국회를 일주일 밖에 안 남긴 상황에서 속칭 '쌍특검법' 도입과 해명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실시 등을 놓고 충돌할 것으로 보여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이달 내 임시국회를 소집해도 합의가 어려워 보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 한다.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했는데 여야는 올해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예결위는 지난달 13일부터 예산안 조정소위를 가동,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왔지만, 쟁점 예산을 둘러싼 견해차가 커서 일부 감액 심사를 마쳤을 뿐 증액 심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후 예결위원장 및 여야 간사로 이뤄진 이른바 '소(小)소위'에서 심사를 이어 갔지만, R&D(연구·개발) 예산과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원전 및 재생에너지 예산, 새만금 사업 관련 예산 등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헌정사에 없는 의회 폭거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도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을 소홀히 할 수 없으므로 예산 국회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R&D 및 새만금 예산 사업 등의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비비 일부 등 총 4조6000억원 감액안을 포함한 수정안의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내 예산안 합의 및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가운데 쌍특검 법안은 지난 4월 27일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180일 심사 기간을 거쳐 지난 10월 24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쌍특검 법안 처리 시한은 본회의 부의로부터 60일이 지난 이달 22일이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추진을 '정쟁용'으로 규정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광재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은 이 대표의 대장동 재판 '물타기', 도이치모터스 특검은 윤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일 하루 전인 8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입장이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김 여사 주가 조작에 대해 특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구·경북, 60대 이상에서도 압도적으로 높다"며 "당겨서 할 수 있으면 당겨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쌍특검 처리에 이어 복수의 국정조사까지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시나리오가 있다. 그간 민주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올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일단 8일 본회의를 여는 것에는 여야가 이견이 없어 보인다. 여당 일각에서 예산안 처리 없이는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정기국회 종료 전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본회의가 열릴 경우 김진표 국회의장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쌍특검 법안을 상정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안을 상정하는 등 편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김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 문제는 8일 본회의를 넘기더라도 처리 시한에 다다르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쌍특검 법안 처리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인데, 내부에서는 법안 처리 후 대응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부당한 특검'인 만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쓰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특검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