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KT 리더십 공백사태로 정권 인사 등에 눈치보지 않아야 된다는 목소리 커져
중장기 성장비전을 전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후보 추천해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포스코가 정권 교체기마다 회장이 바뀌는 주인 없는 기업이라곤 하지만 자존심도 없는 회사는 아니다. 최정우 회장이 선임될 당시인 지난 2018년에는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전신)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차관을 퇴짜시키며 정부의 거수기가 아님을 보여줬다.

포스코가 오너 기업이 아닌 전문 경영인 체제임에도 회장이 ‘정권 인사’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배경에는 외부에 당당히 맞서는 사외이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회장은 전적으로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이 선임하므로 경영진이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사회에 상정되기 전 사전 심의되는 안건에 사외이사들이 제동을 거는 경우가 상당할 정도로 그들은 위력적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사외이사 7명의 면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7일 포스코홀딩스의 정관에 따르면 회장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사내이사 중에서 선임한다.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가 필수다. CEO추천위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사외이사 7명의 판단이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셈이다.

현재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에는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준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 권태균 전 조달청장,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손성규 연세대 교수,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등 총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력을 정치색(Political)으로 분류해보면 여권 성향이 2명, 중립은 3명, 야권 색채가 드러나는 이가 2명으로 팽팽하다.

이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최정우 회장이 의사결정에서 가장 고충을 겪었던 사안 중 하나는 지난 2월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포항 이전 문제다. 절반 이상의 사외이사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그룹의 중장기 성장 비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전에 반대하며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홀딩스의 핵심 관계자는 “안건마다 토론이 길다”고 토로했다.

사외이사들의 난상토론은 차기 포스코 회장 선임을 놓고도 벌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최정우 회장이 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해외 경제사절단에 한 번도 초대받지 못하는 등 ‘패싱’ 수모를 겪고 있다.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사례다.

비단 현직인 최 회장뿐만 아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직을 내놓는 수난을 겪었다.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최 회장의 연임(2018년 7월 취임, 2021년 3월 연임)도 문재인 정권 내에서 이뤄진 일이다. 오너 기업에서는 별일이 아닌 ‘임기 완료’가 화제가 되는 ‘주인 없는 회사’ 포스코의 현실이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지난해 말부터 8개월가량 이어진 KT 대표 선임 과정에서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떠올리며 “그렇게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여권에서 노골적으로 대표 선임에 관여하며 벌어진 구현모 전 대표의 ‘2전 3기’ 도전과 윤경림 전 대표의 중도 사퇴를 언급한 것이다.

최정우 회장은 오는 1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퇴임 또는 연임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퇴임 의사를 밝히면 ‘CEO 승계 카운슬’이 가동되고, 연임을 결단하면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진다. 모두 사외이사가 주축인 조직이다.

포스코의 지배구조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을 살펴보면 공기업인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지만 소액주주도 75%나 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포스코를 좌지우지하려는 정치권 인사들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내부보단 외부적 요소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나 정치권이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세계적인 반열로 끌어올린 포스코의 발전을 바란다면 외부 압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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