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사진=최성수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사진=최성수 기자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주류업계와 담배업계는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각종 모임과 대면접촉이 늘면서 유흥시장이 활기를 되찾자 주요 주류회사들은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담배업계도 신제품과 프로모션으로 경쟁이 한층 과열됐다.

◇켈리부터 크러시까지…맥주 신제품으로 ‘대결’

주류업계가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분야는 맥주다. ‘카스’와 ‘테라’를 잇는 3번째 브랜드 자리를 놓고, 각축전이 벌여졌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에 이어 4년 만에 맥주 신제품 ‘켈리’를 지난 4월 출시했다. 켈리는 덴마크 맥아를 100% 사용한 올몰트 라거다. 호박색병이 특징이다.

켈리는 출시 이후 광고 모델로 손석구를 발탁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테라와 켈리 투트랙 전략으로 1위 탈환을 한다는 목표였다.

이에 맞서 오비맥주는 맥주 1위 카스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한맥을 리뉴얼하며 대응했다. 부드러운 목넘김 향상이 리뉴얼의 중점 요소였다. 이후 지난 8월 한맥 모델로 수지를 발탁하며 마케팅을 이어갔다.

(왼쪽부터) 롯데칠성 크러시,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 테라. 사진=최성수 기자
(왼쪽부터) 롯데칠성 크러시,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 테라. 사진=최성수 기자

두 회사의 대대적인 경쟁에 존재감을 잃어가던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크러시는 롯데칠성이 2020년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크러시도 올몰트 라거로, 기존의 국내 맥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숄더리스(병목 부분에 있는 굴곡이 없는 형태)병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칠성은 크러시 모델로 아이돌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를 선정하고,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다.

올해는 수입 맥주도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아사히는 지난 7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이 맥주는 캔을 개봉하면 부드러운 거품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도록 설계돼 생맥주 맛을 제대로 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5월 한정 물량 출시 당시 품절 열풍이 불기도 했다.

체코맥주 코젤은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코젤 화이트’를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코젤 화이트는 과일의 향긋함을 더한 라거다.

사진=연합뉴스

◇원부자재 가격 부담에…결국 술값 줄인상

주류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오비맥주는 지난 10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9일부터 소주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올렸다. 테라, 켈리 등 맥주 제품 출고 가격도 평균 6.8%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도 내년 1일부터 360ml 병 기준 처음처럼은 6.8%, 새로는 8.9% 인상한다. 

이외에 지역 소주업체인 무학, 보해양조,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한라산 등도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주류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이유는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올해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가격은 약 10% 올랐다. 소주를 담는 병 가격도 20% 상승했다.

맥주도 맥아 수입 가격이 30% 이상 오르고, 알루미늄 등 포장재 가격도 40% 가까이 상승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소주, 위스키 등의 경우 출고가가 인하될 예정이다. 정부가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국세청은 내년부터 국산 증류주에 세금할인율 개념인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준판매비율이란, 주세 계산 시 세금부과기준(과세표준)에서 차감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반출가격 그대로를 과세 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매겨왔는데, 내년부터는 반출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곱한 만큼을 뺀 뒤 세금을 매기게 된다.

각 주종별 기준판매비율은 소주가 22%, 위스키는 23.9%, 브랜디 8%, 일반 증류주 19.7% 등이다. 주류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대비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위스키 코너.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위스키 코너. 사진=연합뉴스

◇하이볼이 이끈 위스키…성장세 꺾인 와인

코로나19 이후 동반 성장한 위스키와 와인이지만, 올해는 희비가 엇갈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10월 위스키 누적 수입액은 2억2145만 달러(2898억원)로 전년보다 약 2% 늘었다. 2019년 2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0월 위스키 누적 수입량은 2만6937t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량(2만7038t)에 육박했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3만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중저가 위스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하이볼 열풍이 가속화되면서 일본산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위스키 판매량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위스키 음용 문화가 계속 등장하면서 위스키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와인은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 1~10월 누적 와인 수입액은 4억2678만 달러(5584억원)로 11.6% 감소했다. 

수입량으로 보면 더 줄었다. 이 기간 와인 수입량은 4만7500t으로 18.8% 감소했다.

2020년 5만t을 돌파한 뒤, 2021년 7만t을 훌쩍 넘긴 와인이지만, 지난해부터 점차 둔화된 뒤 올해는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는 홈술 문화를 타고 와인을 찾았지만 엔데믹으로 야외활동이 잦아지자 와인 외에 다른 술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릴 하이브리드 3.0. 사진=KT&G 제공
릴 하이브리드 3.0. 사진=KT&G 제공

◇연초에서 전자담배로…경쟁도 ‘과열’

일반 연초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올해도 가속화됐다.

기획재정부의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는 2억9260만갑으로 13.5% 늘었다.

이 기간 일반 궐련 담배 판매는 14억7820만 갑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이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은 상반기 기준 16.5%로 지난해(14.8%)보다 1.7% 확대됐다. 국내에 첫 등장한 이후 매년 증가세다.

궐련형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신제품 출시와 프로모션 등 경쟁도 한층 과열됐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 10월 아이코스 일루마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2월 일체형 제품인 ‘아이코스 일루마 원’을 선보였다. 이어 7월과 10월에는 한정판 제품까지 내놨다.

올해 아이코스 제품을 반납하고 일루마 시리즈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4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프로모션도 강화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BAT로스만스도 지난 2월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글로 하이퍼 X2’를 출시한 데 이어, 9월 75g 초경량 제품 ‘글로 하이어에어’를 출시했다. 신제품 출시 이후 할인 프로모션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KT&G는 지난해 말 새 플랫폼인 ‘릴 에이블’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 7월 ‘릴 하이브리드 3.0’을 출시하고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릴 하이브리드 3.0은 ‘릴 하이브리드 2.0’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기존 기기에 적용됐던 청소 불편 해소와 고속충전, 스틱 삽입 시 자동 예열되는 ‘스마트온’ 기능에 더해 세 가지 흡연 모드와 ‘일시 정지’ 기능이 추가됐다.

KT&G와 PMI가 1월 30일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15년 간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백복인 KT&G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 CEO가 체결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KT&G 제공
KT&G와 PMI가 1월 30일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15년 간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백복인 KT&G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 CEO가 체결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KT&G 제공

◇‘적과 동침’ KT&G‧필립모리스, 15년 동맹 연장

KT&G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가 파트너십을 연장한 것도 담배업계의 주요 이슈였다.

KT&G와 PMI는 지난 1월 30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을 PMI에 공급하고, PMI는 이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판매하는 게 골자다.

2020년 양사의 최초 계약 기간은 3년이었는데, 올해 다시 연장했다. 특히 계약 기간이 파격적이었다. 양사는 2038년 1월 29일까지로 15년 더 계약을 연장했다.

3년 간 파트너십을 유지한 결과 서로에게 ‘득’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KT&G는 PMI의 인프라를 활용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해외에 수출한 결과 글로벌 진출국이 30개국을 돌파했다.

KT&G는 파트너십 연장 당시 동맹을 통해 15년간 해외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에서 연평균 매출이 20.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PMI는 KT&G와의 협업 강화를 통해 전자담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KT&G 전자담배 판매 성과에 따라 유통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릴을 PMI의 이름으로 해외에 판매하는 장점이 있다. 

KT&G는 PMI와 계약을 연장한 이후 올해 해외 공략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특히 해외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KT&G는 지난 9월 인도네시아 투자부와 인니 동자바 주에 수출 전초기지인 신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지원서를 제공 받는 협약식을 진행했으며, 10월에는 카자흐스탄 신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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