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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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올해도 재계 총수들은 동분서주했다. 국내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를 막아내기 위해 사업 재편 및 인적 쇄신에 힘을 쏟았다. 국제적으로는 엑스포 유치에 올인하며 해외 곳곳을 종횡무진 누볐다. 총수들이 국내외를 오가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췄던 글로벌 경영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한편 국제적인 네트워킹도 강화되며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이 확보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 결합…한화오션 출범

올 상반기 재계의 가장 큰 이슈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였다. 이로써 국내 조선업계는 민영 3사 구도로 재편됐다. 간판을 교체한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의 경영 능력이 대내외적으로 입증된 또 하나의 인수합병(M&A) 사례가 됐다. 김승연 한화 회장으로선 지난 2008년 인수가 불발되며 지지부진했던 ‘한국판 록히드마틴’의 숙원을 풀 수 있는 채비를 마치게 됐다.

인수를 진두지휘한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총수 후계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에 뛰어든 한화오션의 성과는 좋다. 한화오션은 한화 품에 안긴 뒤 첫 분기인 올해 3분기 흑자전환으로 적자 늪에서 빠져나왔다. 지난 7월에는 울산급 배치-III 5·6번함 건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업계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과의 방산 수주 경쟁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한화 

◇ 세대교체 속도…‘젊은 피’ 수혈 두드러져

한화는 세대교체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뿐만 아니라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지난 2월 승진을 마친 데 이어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3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 했다.

다른 그룹 총수들도 올해 ‘젊은 피’를 회사에 꾸준히 수혈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상 첫 70년대생 사장을 탄생시켰다. 주인공은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60대 부회장단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50대 대표들을 전진 배치시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선대에서 이어온 부회장단을 전부 교체하며 ‘뉴 LG’의 기틀을 마련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장남인 신유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경영수업을 공식화했다. 이외에도 코오롱그룹과 HD현대그룹에서 각각 이규호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이 총수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입지를 단단히 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사진=한경협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사진=한경협

◇ 전경련, 55년 만에 ‘한경협’으로 새 출발

재계 여론을 주도하는 경제단체에서는 올해 역사적인 일이 발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간 사용해온 명칭을 버리며 새롭게 출발했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수년간 과거 위상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나 백방이 무효였다. 문재인‧윤석열 두 정권으로부터 연이어 ‘패싱’을 당했고 고심 끝에 데려온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결국 ‘명칭 교체’라는 충격 요법을 내놨다.

정치인 출신이 수장으로 나선 효과는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윤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을 꾸리며 위상을 회복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요원해 보이던 4대그룹(삼성·SK·현대차·LG) 복귀도 이뤄냈다. 이후 한경협 수장을 맡은 류진 회장이 천명한 ‘글로벌 싱크탱크’로의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 포스코, 5대그룹으로…롯데 13년 만에 밀려나

4대그룹, 5대그룹, 10대그룹. 단순히 인지도로 분류하는 재계 지도가 아니다.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재계 서열’이다. 그간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로 굳어져 있던 ‘5대그룹’ 구성이 바뀌었다. 포스코그룹이 13년 만에 5위로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자산 총액 132조1000억원으로 129조7000억원의 롯데그룹을 제쳤다. 전년 대비 증가액에서 큰 차이가 났다. 포스코그룹은 35조원 증가한 반면, 롯데그룹은 8조원 증가에 그쳤다.

다만 포스코그룹의 실질 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자산 재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존속회사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설회사 포스코의 주식 가치 30조원이 추가 산정된 영향이 컸다.

총수들 간의 만남이나 대통령과 관련된 국가적인 행사에서 재계 순위에 따라 자리 배치 등이 정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5대그룹’이라는 체제는 생각보다 큰 가치를 지닌다. 여론의 주목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향후 포스코는 수성을, 롯데는 재역전을 노려야 할 단순한 서열 지표 이상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발표를 위해 연단에 오르며 전 발표자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발표를 위해 연단에 오르며 전 발표자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 유치 위해 전세계 종횡무진…네트워킹 강화

비록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귀결됐지만 총수들은 결코 폄하될 수 없는 귀한 땀방울을 연신 흘렸다. 지난해 5월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뒤 참여한 국내 주요 기업 11개사(삼성전자·SK·현대차·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의 총수들이 이동한 거리는 모두 790만km에 이른다. 이는 지구 197바퀴에 해당한다.

총수들은 정부의 국정과제인 엑스포 유치를 위해 경쟁국들이 위치한 중동과 유럽은 물론 평소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잘 가지도 않는 아프리카, 남미, 태평양 도서 국가까지 샅샅이 누볐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기업인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었다. 당장 내년 1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부터 또 다른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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