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MW코리아 제공
사진=BMW코리아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올해 수입차 시장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역성장을 맞이했다.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도 수입차 업계는 승승장구했지만, 올해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여파는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수입차업계는 국내에서 28만3000여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 올해 30만대 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지난 2월과 6월을 제외한 모든 월별 판매량이 작년 실적을 밑돌며 30만대 달성에서 멀어지게 됐다.

3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입차 판매(테슬라 제외)는 24만2811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25만3795대)보다 3.9% 감소했다. 이는 12월에만 4만여대를 팔아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6만대 가까이 판매해야 목표로 했던 30만대를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대부분 월 2만대 초반 수준의 판매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일부 브랜드의 신차 출시로 인한 재고 소진과 물량부족 상황 속에,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의 구입 부담이 높아졌다.

특히 고가에 속하는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할부 구매나 리스 상품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다. 그만큼 고금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등 주요 브랜드들이 고객 소비 심리 위축에 대응해 할인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지만, 전체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하게 됐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벤츠 코리아 제공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벤츠 코리아 제공

◇ 벤츠·BMW 1위 경쟁 ‘점입가경’…할인경쟁 치열

올해 11월 기준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는 6만9546대를 기록 중인 BMW다. 벤츠는 6만8156대를 판매하며 1390대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까지 벤츠코리아가 7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1위 탈환을 벼르는 BMW의 기세가 매섭다.

특히 지난해 BMW는 11월까지 근소하게 1위를 기록했지만, 마지막 12월 벤츠의 물량공세에 고배를 마신 기억이 있다. 결국 올해 수입차 왕좌는 12월 판매 결과가 판가름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양사는 연말할인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BMW와 벤츠 전국 주요 딜러사에는 구매문의와 예약이 밀리면서, 사실상 물량확보를 많이 한 브랜드가 판매 1위를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더 올 뉴 일렉트릭 렉서스 RZ 450e. 사진=렉서스 코리아 제공
더 올 뉴 일렉트릭 렉서스 RZ 450e. 사진=렉서스 코리아 제공

◇ 판매 1만대 클럽 ‘지각변동’…렉서스·볼보·포르쉐 판매↑

BMW와 벤츠 양사가 올해 7만대가량 판매하며 시장을 이끈 가운데, 올해 준수한 판매를 보이며 판매 1만대 클럽에 가입한 브랜드도 속속 나타났다.

11월 누적 판매 기준 1만대 클럽에 가입한 브랜드는 총 7개사다. 벤츠와 BMW는 주력 라인업인 E클래스(2만2211대), 5시리즈(1만8907대) 판매만으로도 1만대 클럽에 들며, 시장을 독식했다. 이어 아우디(1만6650대), 테슬라(1만5439대), 볼보(1만5410대), 렉서스(1만2191대), 포르쉐(1만442대)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엔저효과와 국내 하이브리드 열풍에 일본 브랜드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렉서스는 전년 동기(6534대) 대비 86.6% 증가하며 1만대 클럽에 다시 진입했다. 토요타 역시 지난해(5819대) 대비 30.6% 증가한 7602대를 기록했다. 과거 '노 재팬 운동'(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일본브랜드 거부감이 최근 한일 관계 개선으로 크게 줄어든 것도 판매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볼보도 시장 침체 속에서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볼보는 11월까지 판매만으로도, 지난해 판매대수(1만4431대)를 넘어섰다. 대부분 모델이 1억원을 넘는 포르쉐도 올해 판매 1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포르쉐는 지난해(7978대)보다 30.9% 판매를 늘렸다. 이는 2014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최초 기록이다.

EX30의 팝업 스토어 ‘UNBOX YOUR EX30’.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EX30의 팝업 스토어 ‘UNBOX YOUR EX30’.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 내년 수입차 시장 열쇠 '친환경차'

올해 역성장을 기록한 국내 수입차업계는 친환경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전기차 인기가 주춤하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 판매 인기도 국내 판매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볼보는 내년 상반기 EX30을 한국시장에 공식 출시한다. 이 모델은 국내 수입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보조금 100%를 확보할 수 있도록 4000만원 대에서 시작하는 가격으로 책정됐다. EX30의 판매가격은 코어 트림 4945만원, 울트라 트림 5516만원이다.

스텔란티스와 푸조 역시 전기차 어벤저와 신형 e-208 등을 각각 국내에 출시한다. 벤츠는 내년 1월 완전변경 모델인 E틀래스에 PHEV 트림을 추가하고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MINI 역시 MINI 일렉트릭의 완전 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국내에 출시한 친환경차 판매 역시 2024년 판매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는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만 5종 출시했다. 그러나 글로벌 물량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토요타코리아는 내년 최대 사업목표를 물량확보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MW는 주요 라인업인 5시리즈와 7시리즈 전기차 모델인 i5, i7의 판매에 집중한다. 특히 BMW코리아는 올해 출시한 i5의 주행성능과 안전성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첨단기술 등을 홍보하는데 집중하며 판매량 늘리기에 나섰다. 아우디 역시 전기차 라인업인 e-트론의 주행거리 등을 앞세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두색 법인 번호판. 사진=국토부
연두색 법인 번호판. 사진=국토부

◇ 2024년 수입차 시장 변수는 '연두색 법인 번호판'

정부가 내년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차량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고가에 속하는 수입차는 변수를 맞이했다.

KAIDA에 따르면 올해 수입 법인차 판매량(11월기준)은 9만5007대에 달하며, 전체 판매(24만3811대)에 39% 수준이다. 판매된 법인차의 절반 가량은 1억원이상으로, 내년부터 약 4만대 이상이 연두색 번호판 부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업계는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꺼리는 고객이 생길 경우, 판매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제도 시행에 앞서 미리 법인차를 인도받으려는 고객문의도 최근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고가 수입차 브랜드에 판매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번호판 부착에 대한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