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방문, 국제 협력 모두 공급망과 연관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공급망 이슈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연초 관심사로 떠올랐다.
에너지 담당 2차관에서 산업 담당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강경성 차관의 첫 행보는 흑연과 연관됐다. 강 차관이 17일 방문한 곳은 포스코 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이다.
인조흑연은 미국이 IRA법을 통해 중국산 사용을 막으며 대안으로 떠오른 이차전지 소재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초 IRA법 중국·러시아·이란·북한산 광물과 부품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흑연은 이차전지의 음극재 소재인데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산 천연흑연을 가공해 음극재 소재로 공급해왔는데 美IRA법 방침 발표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천연흑연의 대체제로는 실리콘계 음극재나 인조흑연 등이 있고 관련 기술도 꽤 오래 전부터 개발해왔기 때문에 기술문제는 없으나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중국에서 흑연은 말 그대로 ‘발로 차일 정도’로 흔하기 때문에 제조·가공된 인조흑연이나 실리콘계 음극재가 중국 천연흑연의 경제성을 따라가기 힘들다.
강 차관은 어려움에 빠진 한국 음극재 산업을 응원하기 위해서 제조현장을 방문했다. 산업부는 관련 보도자료를 내며 포스코퓨처엠에 대한 홍보문구를 깨알같이 넣었다.
산업부는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유일의 인조흑연 생산공장”이라며 “제철 공정 부산물인 콜타르를 원료로 사용해 원재료부터 최종제품까지 완전한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썼다. 이어 “현재 연 8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올해 1만 8000톤까지 확대하고 2025년 말까지 4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올해 대비 생산 규모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임자가 장관으로 선임된 후 새로 통상교섭본부를 맡은 정인교 본부장도 첫 행보지로 희토류 금속 생산업체를 선택했다. 정 본부장이 17일 찾은 곳은 KSM 메탈스다.
KSM 메탈스는 자력으로 산업,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는 네오디뮴 합금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호주 ASM이 충북 오창에 투자해 설립한 국내 첫 희토류 합금 생산업체로 최근 희토류 수급처를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했다.
네오디뮴 자석은 손에 쥐고 있다가 근처 철판에 달라붙는 바람에 손을 다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자력이 강하다. 그래서 쓰레기 더미에서 고철을 가려내거나 각종 철제설비를 고정할 때 많이 사용된다. 제조 중심의 한국 산업계에 필수 품목이다.
산업부는 희토 영구자석을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공급망 3050 전략의 공급망 선도 8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정한 바 있다.
양병내 통상차관보가 17일 만난 외국 사절단은 인도네시아에서 왔다.
양 차관보는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투자광업조정 담당 차관을 서울에서 만났다. 인니 대표의 직함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만남도 핵심광물과 관련이 있다.
산업부는 인도네시아가 니켈 등 핵심광물 자원이 풍부한 나라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니켈은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보통 양극재 소재로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이 사용되는데 한국의 이차전지 완성제품업체인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의 전기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니켈의 비율을 높인 하이니켈 리튬이차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에 따르면 니켈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세다. 2022년 톤당 2만5605달러였던 니켈 가격은 올해 1월 2째주에 1만6077달러로 떨어졌다. 전주 대비해서도 0.4% 하락했다. 니켈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니켈 정제련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기 때문이라고 KOMIR는 밝히고 있다.
한국이 인도네시아 니켈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최대 수입처인 뉴칼레도니아가 남태평양의 ‘불의 고리’에 있어 니켈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칼레도니아에선 작년 12월 7일 규모 7.1 지진이 북동쪽 330km 지점에서 발생해 쓰나미 공포에 떨었다.
한국은 니켈 수요의 30%를 뉴칼레도니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호주 26%, 필란드 14%, 캐나다 11%, 노르웨이 9%에서 뒤이어 수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이들 국가들보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한국의 새로운 니켈 공급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