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中 광물 즉각배제는 비현실적" 주장
한국정부도 의견서 제출..."적응할 시간 필요해"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K-배터리 3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일부 조건 완활르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IRA에선 미 정부가 지정한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공급한 원료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세액공제)을 지원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는데, 한국 기업들은 해당 규정을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달라는 입장이다.
FEOC에는 중국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IRA가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으로 미국 공급망에 중국 기업들의 진입을 막는 비관세 장벽 역할을 한다는 것이 산업계 중론이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기업(FEOC)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시적으로라도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 생산에 쓸 수 있는 핵심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특히 이 명단에 흑연을 포함해달라고 제안했다. 2022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중국에서 정제·생산할 정도로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아 당장 대체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현대차측 설명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특정 핵심 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일정 금액보다 작을 경우 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de minimis)' 도입도 요청했다. 배터리 원료 중 전체 가치의 10% 미만인 광물은 FEOC를 적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한 소재 명단도 미 정부가 신속히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규정안을 따르는 데 필요한 조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 환경을 무시할 수 없고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공급망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규정안이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변화를 강제한다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이 설정한 정책 목표를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도 FEOC 규정 완화를 호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발트, 지르코늄, 텅스텐, 이트륨, 티타늄, 흑연, 형석 등을 원재료 총가치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저가치 재료'로 제시하고 FEOC 규정에서 예외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공급망 정보 제공을 꺼려 광물 원산지 검증이 어렵다는 입장도 전했다.
SK온은 핵심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까지 유예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산 흑연을 대체하려면 적어도 3∼4년이 걸리고, 공급망을 재편해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의견서를 제출해 업계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정부는 "사업 현실과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 기업들이 새 규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도입해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한편, 2022년 8월 발효된 IRA에는 미국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미 정부는 세액공제 조건으로 배터리 부품은 올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받지 않을 것을 제시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IRA 세부 시행안을 추가 발표했는데, 여기서 사실상 중국 내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 중 상당수가 중국산 광물인 만큼 해당 규정이 글로벌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 해당 규정이 시행되자 미국서 세액공제를 받는 전기차는 지난해 43종에서 올해 19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