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감소에도 기부금 늘리는 등 대부분 사회공헌 치중
정작 내부통제·신뢰도 강화 미흡해 ESG등급 하락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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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세계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흐름에 증권사들도 지난해 어려운 영업 환경에서도 기부금을 늘리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지속 가능한 경영이 ESG 경영의 모토인 만큼 사회공헌뿐만 아니라 지난해 꾸준히 지적받은 내부통제 및 신뢰도 강화를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ESG 통합 A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현대차, 한화, NH, 미래에셋증권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상인,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매우 취약' 수준인 D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 2011년부터 ESG 평가를 통해 매년 국내 상장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환경오염 문제와 함께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환경과 함께 인권, 근로조건 등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와 공정성 등을 기준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지속 가능한 경영'의 3대 요소로 꼽아 이를 기업의 가치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투자자들이 잇따라 ESG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혀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측은 지난 2020년 투자기업 심사 시 ESG 요소를 추가하겠다고 밝히면서 담배, 핵무기 생산 관련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제외·관찰 대상 한국 기업으로는 한국가스공사, 한화, 현대글로비스 등이 포함된 적 있다.

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도 2020년 1월 투자자들과 기업 CEO들에게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서한을 보냈다. 블랙록은 애플, 아마존, 테슬라, 알파벳, 엔비디아의 2대 혹은 3대 주주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해 6월 국내 주식거래 증권사 선정 평가에서 ESG 관련 평가 배점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2023년 10월 기준 무려 968조원을 운용하는 말 그대로 '큰손'이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ESG 경영 강조에 증권사들도 채비에 나섰다.

지난해 말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 KB증권은 ESG 담당 부처를 신설했다. 먼저 NH투자증권은 경영지원본부 내에 ESG본부를 신설했으며 산하에 ESG추진부와 홍보실을 편제했다. 또 KB증권은 기업 및 기관 고객에게 ESG 관련 인사이트 제공하고 ESG 생태계를 확산시키기 위해 리서치 및 자문 전담 조직인 ESG리서치팀을 신설했으며 키움증권도 사회공헌 등을 위해 ESG추진팀을 만들었다.

지난달 연말을 맞아 다양한 사회공헌을 진행한 증권사들이 새해인 이달에도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19일 현대차증권은 이대서울병원과 이대목동병원에 임직원들이 직접 만든 목베개, 턱받이 등을 기부했으며 신한투자증권 임직원들 역시 해외 극빈층 아동들을 위해 자가발전 손전등을 만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20개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부금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어난 반면 순이익은 3조5868억원으로 같은 기간 약 10% 줄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증권사들이었지만 사회공헌에는 아끼지 않은 것이다.

다만 앞으로는 사회공헌 활동만큼 내부통제, 신뢰도 제고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SG 중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주주 권익 보호, 윤리경영이다. 

지난해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논란, CFD 사태 등 여러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의 경우 4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이 발생해 키움증권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또 연이은 증권사 임직원들의 사익 추구 행위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내부통제 실패가 계속될 경우 막대한 기부금을 내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ESG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한국ESG기준원은 디스커버리·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기업, 신한, 우리은행의 지배구조 등급을 A에서 B로 낮췄다.

이달 초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잇따라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올해 일부 증권사들의 ESG 관련 조직도 신설한 만큼 보다 강화된 내부통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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