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티브, 합작사 ‘모셔널’에 증자 중단 선언

HMGICS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 사진=모셔널 제공
HMGICS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 사진=모셔널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조5000억원을 투자한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의 공동  투자사인 미국의 앱티브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을 통해 ‘로보택시’ 사업을 추진해왔다. 로보택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큰 관심을 갖고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분야이나 이번 앱티브의 결정이 적지 않은 차질이 우려된다. 

31일(현지시간) 앱티브 경영실적 발표에서 케빈 클라크(Kevin Clark) CEO는 “모셔널이 기술 개발 부문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더 이상 자본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모셔널 지분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앱티브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증권가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익을 올렸다. 시장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앱티브의 4분기 조정 순이익은 주당 1.40달러로, 예상치인 1.33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앱티브는 지난해 모셔널과 관련된 지분 손실이 3억4000만달러(약 4530억원)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HMGICS 내 스카이트랙에서 주행 중인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사진=모셔널 제공
HMGICS 내 스카이트랙에서 주행 중인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사진=모셔널 제공

모셔널은 2020년 8월 미국서 출범한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이 2조5000억원을 투자해 국내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지분은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셔널은 피츠버그, 라스베이거스, 산타모니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서울 사업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 역할을 맡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모셔널 출범 당시 “모셔널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차세대 혁신 영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역사를 새로 써왔으며, 이러한 유산을 모셔널과 함께 이어갈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정 회장은 2021년 보스턴 소재 모셔널 본사를 직접 방문,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현황과 로보택시 추진 계획 등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당시 모셔널은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한 양산형 로보택시를 공개, 자체적인 로보택시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해당 차량을 미국 대형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 및 리프트(Lyft)와 잇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자율주행 사업에 관대한 미국에서도 로보택시 사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모셔널은 큰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상반기 모셔널은 75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이오닉 5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진=모셔널 제공
아이오닉 5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진=모셔널 제공

로보택시는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 분류 기준 ‘레벨4’에 해당한다. 운전자 없이 차가 스스로 주행상황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 로보택시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알아서 찾아가고, 목적지까지 경로도 스스로 결정한다.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로보택시의 상업적 운영을 허가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GM의 자회사 크루즈를 비롯, 우버와 리프트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통신오류 등의 문제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미 소비자단체에서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자 로보택시 분야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쉐보레 볼트 EV 기반 크루즈 로보택시. 사진=크루즈 제공
쉐보레 볼트 EV 기반 크루즈 로보택시. 사진=크루즈 제공

이에 포드와 폭스바겐이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가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GM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10억달러(1조3300억원)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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