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포스증권 매물로 나오자 우리금융그룹 기웃
'증권업 라이선스라도 획득'으로 타깃 변경 가능성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금융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증권사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기존 우선순위로 검토했던 중형사 대신 소형사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기존 전략을 바꿔 증권업 라이선스라도 획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증권금융은 한국포스증권을 매각하기 위해 주요 인수 후보자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금융은 한국포스증권의 지분 51.68%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한국증권금융에 이어 금융투자 스타트업인 파운트가 약 28%로 2대주주며 자산운용사들과 유관기관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포스증권의 전신인 펀드슈퍼마켓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을 위한 펀드 판매 채널 다변화와 투자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펀드를 판매하고자 2013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 펀드슈퍼마켓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S클래스 펀드' 독점 사용을 허가받았는다. S클래스 펀드는 선취판매수수료가 없으며 판매보수도 다른 클래스보다 비교적 저렴하다.
다양한 펀드상품과 저렴한 수수료가 부각되면서 설립 초기에는 큰 인기를 끌었다. 2014년 초 40억원이었던 고객 투자자산이 그 해 말 43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내려 S클래스 펀드만의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출범 이후 3년간 70억원대 적자를 지속하는 등 자본잠식에 빠져 2018년 매각에 나섰고 한국증권금융이 대주주로 올라섰다.
한국증권금융은 인수 직후 사명을 펀드슈퍼마켓에서 한국포스증권으로 바꿨다. 펀드에만 국한되지 않고 증권 전반의 사업을 다뤄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흑자 전환에 성공하려면 3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5년이 훌쩍 지났으나 적자행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포스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한국포스증권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꾸준히 증권사 인수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유안타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중형 증권사 인수를 타진해 왔으나 모두 무산됐다.
시장에서 쓸만한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우리금융은 소형 증권사로 타깃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있다. 그간 우리금융은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중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인수를 고려했다. 그러나 한국포스증권이 소규모 증권사이기 때문에 인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인수 주체인 우리종합금융은 이미 자기자본 1조원이 넘기 때문에 중형 증권사를 인수해 종합투자사업자 인가를 곧바로 획득하는 등 빠른 성장을 목표로 했는데, 이런 계획이 틀어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그간 중형 증권사 인수가 무산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포스증권 인수 확률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금융은 기존 전략을 바꿔 덩치에 상관없이 증권업 라이선스를 갖춘 매물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앞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대주주 변경이 확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정례회의에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대주주를 LS네트웍스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기존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대주주는 지앤에이사모투자회사(G&A PEF)로 이 투자회사의 지분 98.81%를 보유한 회사가 LS네트웍스다. G&A PEF는 2008년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설립된 회사로 LS네트웍스가 최대출자자로 참여했다. 이후 사모투자회사인 만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여러 차례 매각하려 했으나 실패했으며 지난해 만기를 앞두고 LS네트웍스가 이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이베스트투자증권이기 때문에 LS네트웍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사업 전략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LS네트웍스는 투자자로서 경영에 개입하지 않아 왔는데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00억원을 기록해 2022년 대비 반토막났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측은 "LS네트웍스가 이사회 개최 후 기업결합신고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다"라며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완료 후 당사 주식 취득을 완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사명 변경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LS의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측은 "현재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