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법인.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인도법인. 사진=현대차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현대자동차가 인도 법인의 현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인디아 이코노믹 타임즈 등 현지 언론들은 현대차가 IPO를 통해 최소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JP모건, 모건스탠리,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접촉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현대차 인도 법인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250억~300억달러(33조3000억~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지난해 증권 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만 184곳에 달할 정도로 'IPO 붐'이다. 현대차 인도 법인이 자금 조달 및 기업공개에 성공할 경우 인도 주식시장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압도적으로 경신하게 된다. 인도 투자시장에서 최고 금액은 2022년 인도생명보험공사가 조달한 27억달러(3조6000억원)였다.

현대차 및 각 은행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현대차의 인도 내 IPO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한다. 현대차의 해외 판매에서 인도의 중요성이 커지는데다 최근 회사가 인도 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 인도 현지서 자금조달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서 56만7000대를 판매, 점유율 15%를 기록하며 현지 기업인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GM, 포드 등 글로벌 제조사가 인도 시장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거둔 실적이어서 현지 관심도 높다. 소형 SUV 엑스터와 크레타 등 저렴한 가격의 소형 SUV 등을 앞세운 맞춤식 제품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인도 현지 전략 차종 엑스터.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인도 현지 전략 차종 엑스터.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다른 신흥국 시장과 달리 인도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 향후 10년간 40억달러(5조3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자금은 기존 설비를 개선하는 한편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입된다.

인도 외 신흥국 시장에서의 부진도 현대차가 인도에 더 힘을 싣는 요인이다. 현대차는 중국서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며 현지 생산 시설 매각에 나섰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올해 초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투자기업에 단돈 1만루블(14만원)에 넘기기도 했다.

테슬라의 인도 진출 움직임이 현대차를 자극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고려한다고 말한 뒤 같은 해 11월 인도공장 건설설(說)이 돌았다. 일각에서는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노리는 현대차가 테슬라의 현지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IPO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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