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앞두고 저PBR 종목 주가 급등
저PBR 해소 위해 주주환원 강화해야...주주친화정책은 상승 요소

지난 2일 코스피 지수.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코스피 지수.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의 주가 급등이 코스피 지수 2600선을 찍게 만드는 등 최근 주식시장의 핫이슈로 부각됐다. 이달 저PBR 기업들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앞둔 만큼 관련 기대감으로 광풍이 불었으나 업계는 단순 PBR 수치보다 기업이 밸류업 제고 방안 실천 여력을 보유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6일) 신영증권과 신영증권우 종목 등이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5일에는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현대차 등이 최고가를 찍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PBR이 낮다는 점이다. PBR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기업이 가진 순자산보다 기업가치가 낮다고 해석돼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보험, 증권, 지주 등 금융 계열 종목들이 대표적인 저PBR 종목으로 꼽힌다.

최근 잇따른 저PBR 종목들의 주가 급등은 이달 중 발표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이 깊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증시 PBR은 1.05배(코스피 0.95배, 코스닥 1.96배)로 선진국(3.10배)은 물론 신흥국(1.61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으로는 PBR이 낮은 상장사들에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도록 하는 것과 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업종별 투자지표 비교 공시, 주주가치 제고 우수업체 등으로 구성된 지수·상장지수펀드(ETF) 개발 등이다.

이중 저PBR 상장사들의 PBR 제고 방안 기제가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불러일으켰다. PBR을 올리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자사주 매입 혹은 배당금 확대 등이 있는데 이는 주주친화정책이기도 해 주가 상승 요인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만큼 최근 닛케이 지수의 상승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도쿄거래소가 저PBR 기업에 PBR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으며 일본 정부도 ROE가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이 1을 초과하는 기업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를 만들었다. 이에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지난달 버블 경제 이후 처음으로 3만5000을 돌파했으며 최근 3만60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도 지난주부터 관련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2500선을 돌파했으며 지난 2일 2600을 넘기도 했다. 이번 코스피 급등 역시 저PBR 종목들이 중심이 됐다. 

저PBR 종목을 중심으로 한 ETF도 강세를 보였다. 'KODEX 보험'은 지난달 29일 이후 일주일 새 20% 넘게 올랐으며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도 약 13% 올랐다. 또 관련 ETF의 거래량도 크게 늘어났는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는 정부 발표 이후(지난달 25일∼이달 5일) 일평균 거래량이 3만577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8거래일 일평균 거래량인 1357주보다 2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업계는 단순 PBR 수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배당을 늘리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대응 여력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PBR 1 미만 주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감은 비합리적이다"라며 "해당 기업이 자구책을 내놓을 여력과 의지가 있는지, 유동성과 수익성을 갖췄는지 등 실질 PBR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은데 기대감만으로 오른 종목의 주가는 테마성 움직임에 그칠 수 있다"라며 "돈을 잘 벌어 PER이 낮고 주주환원 의지가 확고하고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높아질 기업의 재평가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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