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벌써 5곳째...포스코DX·엘엔에프 완료-에코프로비엠·HLB 준비 중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시장 양극화 우려...코스닥 기업 맞춤 대책도 마련해야

코스피, 코스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44위인 파라다이스가 경쟁사와의 동종그룹 형성 및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가 다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5번째다.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추진 중인 가운데 코스닥 기업들은 관련 수혜 가능성이 적어 코스피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기업 파라다이스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어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의 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공시했다. 파라다이스의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22일 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GKL, 강원랜드, 롯데관광개발 등 기존 코스피 상장기업과 동종그룹 형성 및 섹터를 구축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유도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장기적 동행이 가능한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를 제고하고 투자자 저변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1일 기준 파라다이스의 시가총액은 1조2085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44위다. 파라다이스의 주가는 코스피 이전 상장 소식으로 지난 7일 5% 넘게 올랐다.

올해 코스피 이전 상장 기업은 이번 파라다이스의 합류로 모두 5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1월 포스코DX을 시작으로 엘엔에프가 이전 상장을 마쳤으며 HLB와 에코프로비엠이 이전 상장 소식을 알리고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코스피 이전 상장 소식을 발표한 4개 기업 모두 코스닥 시총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 시총 1위, HLB는 3위다. 포스코DX의 시총은 8조1491억원, 엘엔에프는 5조7960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5위인 엔켐(4조5673억원)보다 높다. 에코프로비엠과 HLB의 이전 상장이 완료될 경우 코스닥 시총 순위 5위에는 3조원대 기업도 진입할 수 있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시총 3조원은 90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파라다이스의 이전 상장 발표로 향후 코스닥 중위권 기업들의 '탈코스닥' 가속화가 우려되고 있다. 앞서 이전 상장을 발표한 기업들의 경우 코스닥 시총 최상위권으로 코스피 이전 시 코스피200지수 편입으로 인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면 파라다이스의 경우 11일 기준 코스피 시총 순위 200위 안에 들지 못한다.

파라다이스는 사실상 경쟁사들과 '급'을 맞추기 위함과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의 2군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해 이전 상장하는 것이다. 파라다이스가 코스피 이전을 마치고 주가의 흐름이 개선된다면 코스닥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현황과 평가' 리포트에 따르면 이전 상장 기업들의 추진 배경 이유로 '기업가치 평가 개선'이 전체의 76%, '기업 인지도 및 신인도 제고'가 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편입된 것이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코스피 기업들의 주가 상승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코스닥 시장과의 격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평가된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제고 방안을 강구하게 해 전반적인 시장 가치를 올리고 이를 시행하는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이다. 주로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실시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경우 배당은커녕 수익을 못 내는 기업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상장폐지의 기로에 놓인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배당을 시행 코스닥 기업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특히 당국은 기업가치 제고를 독려하기 위해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ETF 상장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코스피 기업 중심으로 ETF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실상 제2의 코스피200 지수 추종 ETF로 여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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