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해외건설 수주액 14억7075만만 달러…전년비 2배 늘어
정부, 해외건설 수주 ‘도급’서 ‘개발’로 패러다임 전환 추진

안찬규 SGC이테크건설 부회장(앞줄 왼쪽), 사우디 SEPC Khalid A. Al Khater CEO(앞줄 오른쪽)가 지난달 22일 사우디 에틸렌‧프로필렌 생산 설비 증설 공사 LOA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GC이테크건설
안찬규 SGC이테크건설 부회장(앞줄 왼쪽), 사우디 SEPC Khalid A. Al Khater CEO(앞줄 오른쪽)가 지난달 22일 사우디 에틸렌‧프로필렌 생산 설비 증설 공사 LOA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GC이테크건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연초 해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 부동산 불황의 터널이 길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려 수주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21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누적액은 14억7075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억6093만달러) 대비 2배 이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 유럽 순으로 수주 금액 비중이 컸다. 지난달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산업설비 위주로 6억4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업체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34위의 SGC이테크건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연초 사우디에서 잇따라 수주 잭팟을 터뜨리며 글로벌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기업 SEPC와 약 6900억원 규모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설비 증설공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 APOC로부터 약 2500억원 규모의 ‘IPA(아이소프로필 알코올)’ 생산 설비를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이라크항만공사가 발주한 바스라 알포항 컨테이너 터미널 진입도로 공사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했다. 이 공사는 이라크 알포 신항만 1단계 현장을 잇는 길이 3.7㎞의 둑길(causeway)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220억원 규모다. 대우건설은 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약 3조원 규모의 암모니아·요소 플랜트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쌍용건설도 중남미에서 마수걸이 수주 소식을 전했다. 이 공사는 글로벌세아 공장이 있는 아이티 Caracol 산업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 발전소(12㎿) 및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10㎿h)를 축구장 30개 넓이(20만㎡)로 시공하고 5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사업규모는 약 750억원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일감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분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 대다수는 매출 성장으로 몸집은 불린 반면 영업이익은 쪼그라든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이 회계상 손실로 부각되고, 고금리 및 원자재값 인상 등 원가 상승 압박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반면에 해외 시장에서 먹거리를 발굴한 건설사들은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났다.

올해 건설업계의 기상도도 여전히 흐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착공 및 분양 물량이 감소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불확실하고,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주택사업에서 이익은커녕 잘해야 본전”이라며 “해외에서도 경쟁이 워낙 치열한 만큼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지만, 올해는 해외 신규 일감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수주 실적(333억1000만 달러) 대비 20%가량 늘어난 400억 달러로 설정했다. 지난해 연간 목표치인 350억 달러보다 50억 달러 더 늘어난 규모다.

특히 정부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가 플랜트 등 단순도급사업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익성이 높은 도시개발사업 등 투자개발형 사업이 국내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늘어나는 인구에 따른 도시개발에 한국의 '스마트시티'를 수출해 우리의 주력 해외건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에 참여해 패키지형 진출을 주도하고, 사업의 공공 디벨로퍼로서 사업 발굴·사업화 지원·투자 지원·출구(EXIT) 지원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민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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