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급증하자 혜택 강화해 출시
하나카드 독주에 신한카드 맞불
과도한 마케팅 앞서 수익성 갖춰야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해외여행이 급격히 늘면서 환율 우대 등 여행객을 잡으려는 카드사들의 프로모션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트래블로그'로 시장을 선점한 하나카드를 향해 업계 1위 신한카드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카드사들 역시 여행 혜택을 강화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이 감소하면서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했다. 2022년 655만4031명이었던 누적 해외여행객은 지난해 2271만5841명까지 늘면서 약 3.5배 증가했다.
해외여행이 급격히 증가하자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 역시 크게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16조8526억원으로 전년(11조9358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2년 전인 2021년(8조2898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커졌다.
이에 카드사들 역시 이러한 증가세를 파악하고 수수료 무료, 100% 환율 우대 등 파격적 혜택을 내세우며 해외여행 관련 시장 잡기에 나섰다. 카드사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관련 상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라고 설명했다.
◇ '1위' 하나카드, '맞불' 신한카드
카드사 중 여행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하나카드다.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를 통해 카드업권에서 해외 결제 및 외환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2022년 7월 출시한 트래블로그는 '100% 환율 우대'와 '해외 결제 및 인출 수수료 면제'라는 파격적 혜택으로 해외여행의 필수템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MZ세대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지난달 기준 가입자 370만명을 기록했으며 환전액만도 1조원을 돌파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업계 만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효과로 해외결제 시장 점유율은 물론 해외 체크카드 이용액(1조724억원) 부분에서도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이러한 성장세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부터 하나은행 영업점에서도 트래블로그 체크카드 발급을 시작하면서 하나머니·하나페이 앱 외 오프라인 발급 창구도 마련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최근 트래블로그 가입자 수 4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며 "트래블로그는 해외 결제 특화 카드의 40%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를 통해 업계 1위 수준의 성과를 내자 신한카드도 경쟁을 위한 '쏠트래블 체크카드'를 지난 14일 출시했다. 신한은행과의 협업 상품으로 출시된 '쏠트래블' 카드는 △전 세계 30종 통화 100% 환율우대 △해외결제 및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면제 △국내 편의점 5% 할인 △국내 대중교통 1% 할인 등의 기본 혜택을 갖췄다.
특히 환전 후 전용 외화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 중 미달러(USD)와 유로(EUR)에 대해서는 각각 연 2%, 연 1.5%의 특별금리도 적용해 재테크 기능도 더했다. 신한은행은 3월 중 '자동환전 및 충전' 서비스도 추가 탑재할 예정이다.
또 신한카드는 '쏠트래블' 카드를 통해 전 세계 1200여개 공항 라운지를 상·하반기 각 1회씩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마스터카드 트래블 리워드 서비스(25개국 400여개 가맹점 캐시백 최대 10%) △일본 3대 편의점 5% 할인 △베트남 그랩 및 롯데마트 5% 할인 △미국 스타벅스 5% 할인 등 혜택을 연회비 없이 모두 누릴 수 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쏠트래블' 카드에 대해 "기존 존재하는 상품 중에서는 이만한 상품은 없다는 걸 직을 걸고 약속한다"며 기존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사장의 자신감은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쏠 트래블은 출시 3영업일 만에 발급매수 10만장을 돌파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도 신한카드의 이번 여행 특화 카드가 프리미엄급 혜택을 제공하면서 '트래블로그'와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이번 여행 특화 카드는 CEO가 자신감을 보여줄 만큼 혜택이 강력하다"며 "그동안 하나카드가 독점했던 여행 특화 카드 시장 점유율을 신한카드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다른 카드사도 시장 잡으려 예의주시
하나카드는 물론 신한카드까지 여행 특화 카드 전쟁에 합류하자 그 외 카드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8월 외화 충전·결제 서비스 플랫폼 '트래블월렛'과 손잡고 전 세계 38개국 외화를 충전·결제할 수 있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상품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출시했던 우리카드는 항공 마일리지를 쌓고, 국제 브랜드 및 해외이용 수수료가 면제되는 '카드의정석 에브리 마일 스카이패스' 카드부터 프리미엄 호텔 아코르에서 특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올(ALL) 우리카드' 등을 출시하며 해외여행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KB국민카드 역시 KB국민은행과 협업해 해외 이용 특화 카드인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카드에는 환전 수수료 면제와 KB페이 이용 시 추가 할인 등이 포함될 예정으로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고객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출시 시점은 오는 4월로 예정됐다.
현대카드는 기존 카드 라인업에 해외여행 특화 혜택을 강화했다. 해외 가맹점을 비롯해 호텔, 항공사 및 여행사국, 면세점,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 5개 영역에서 결제하면 마일리지를 추가로 적립해 주는 식이다.
카드사들이 속속 여행 관련 특화 카드를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선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드사 조달 비용이 유래 없이 급증한 가운데 수수료 무료나 환율 우대 등 과도한 마케팅으로 역마진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으로 고객을 잡는 것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혜택을 늘리는 만큼 카드사 자체의 부작용도 존재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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