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도 배당 정책·성향 상향
지주 자회사 배당금은 모두 지주사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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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한 업황 악화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을 배당했다. 실적 감소에도 대부분 전년 수준의 배당 정책은 유지하고 배당 성향은 오히려 올라간 것으로 파악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등의 노력을 통해 배당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일각에선 대부분의 카드사가 비상장법인인 데다 금융지주사의 완전자회사인 만큼 대주주의 눈치를 보고 배당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배당금 총액은 1조497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 총액(1조526억원)과 대비 0.3% 감소했지만 유사한 수준이다. 배당금 총액은 줄었지만 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비율을 뜻하는 배당 성향은 평균 43.8%에서 45.6%로 소폭 올라갔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유일하게 배당금을 늘렸다. 신한카드의 올해 배당금 총액은 3104억원으로 1년 전 2566억원보다 21.0% 증가했다. 롯데카드도 배당금이 지난해 660억원에서 올해 780억원으로 18.2% 늘었다. 삼성카드는 배당금을 작년과 동일하게 2668억원으로 유지했다.

나머지 카드사들의 경우 배당금 총액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배당 성향이 오르면서 실제 배당 효과는 강화됐다. KB국민카드의 배당 성향은 52.8%(배당금 1854억원)로 전년과 같았다. 하나카드는 28.6%에서 28.0%(배당금 480억원)로, 우리카드는 19.9%에서 19.6%(배당금 220억원)로 소폭 내렸다.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배당 성향을 낮췄지만 현재는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면서 예전 수준의 배당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각 사.
사진=각 사.

◇ 실적 악화에도 배당 성향 비슷…대주주 위한 정책?

업계에서는 실적이 악화된 카드사들의 배당 성향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다수 카드사가 조달 비용 부담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업황 악화로 인해 순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만 보면 △신한카드 6206억원(-3.2%) △삼성카드 6094억원(-2.1%) △KB국민카드 3511억원(-7.3%) △하나카드 1710억원(-10.9%) △우리카드 1120억원(-45.3%) △비씨카드 632억원(-41.6%)을 기록하는 등 대다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적 대비 배당 성향이 늘어난 것에 대해 카드사들은 업황 악화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022년 중반부터 기준금리 상승으로 업황 악화가 예고됐던 만큼 카드사들은 충당금 적립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고 지난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신한카드는 전년보다 57.4% 증가한 8826억원을,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도 7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다만 일각에선 대부분의 카드사가 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기 때문에 배당정책이 대주주에 유리하게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카드사가 지주사의 경영 전략이나 재무 계획을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배당 성향을 마음대로 축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주사가 전액 출자해 설립된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의 은행계 카드사 배당금은 모두 지주사가 수령한다. 배당금을 늘려도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다. 4개 카드사의 배당금은 각각 3104억원, 1853억원, 480억원, 220억원이었다.

나머지 카드사도 최대 주주 지분율이 높다. 삼성카드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71.86%의 삼성생명이다. 올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로부터 가져가는 배당금은 1917억원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가 36.96%, 현대커머셜이 34.62% 지분율을 갖고 있다. 또 비씨카드는 최대 주주인 케이티가 69.54%를 지배한다. 롯데카드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최대 주주로 둔 회사가 59.83%의 지분율을 갖는다.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카드를 빼면 카드사는 비상장법인이다 보니 배당에 대해 지주사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며 "주주환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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