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풀지 못한 '이종섭 악재'…당정 갈등 계속될 듯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번 논란의 해법을 두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간 이견이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3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한 문제도 당정이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6시49분쯤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사의 수용은 황 수석의 발언이 논란된 지 엿새 만에 이뤄졌다.
앞서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를 포함한 기자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논란을 샀다. M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황 수석은 "MBC는 잘 들어"라면서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이후 "농담이었다"면서 정보 보고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중앙경제신문(중앙일보 자매지로 중앙일보에 흡수 통합) 사회부장인 오홍근 기자가 군사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오홍근이 본 세상'을 월간중앙에 연재하던 중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게 테러당한 사건이다. 오 기자는 이 사건으로 허벅지가 찢기는 중상을 입었다.
황 수석은 해당 발언이 논란된 지 이틀 만인 16일 대통령실 출입기자 단체채팅방을 통해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테러 피해자인 고 오홍근 기자의 유족들에게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황 수석이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총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여당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경률 선거대책부위원장, 나경원·안철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등은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입장을 달리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는 황 수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대통령실은 같은 날 오후 황 수석이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당정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황 수석의 거취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각을 세울 수록 선거판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면서 황 수석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데다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대사로 임명돼 지난 10일 출국한 이 대사 내정자가 뇌관으로 남아있는 만큼, 당정이 총선 전까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진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지만, 문제는 이종섭 대사와 관련한 논란도 이번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아젠다가 돼 버렸다는 것"이라면서 "선거야 어떻게든 치르겠지만, 여권의 분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대통령실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여당이 좋은 성적을 내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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